언론계로 번지는 감사원의 표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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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때 공정성 점수를 조작한 정황을 보도한 지난 7일 TV조선 뉴스는 400자가량의 앵커 코멘트로 시작한다.
TV조선 보도의 핵심은 감사원이 'TV조선의 평가 점수가 전체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해서 채점 때 공정성 점수를 낮춰 수정했다'는 일부 심사위원의 진술을 확보했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확인했다는 조작 정황은 일부 심사위원들이 TV조선 재승인 채점표에 처음 매긴 점수를 수정해 더 낮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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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때 공정성 점수를 조작한 정황을 보도한 지난 7일 TV조선 뉴스는 400자가량의 앵커 코멘트로 시작한다. TV조선 보도의 핵심은 감사원이 ‘TV조선의 평가 점수가 전체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해서 채점 때 공정성 점수를 낮춰 수정했다’는 일부 심사위원의 진술을 확보했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는 것이다. TV조선은 2020년 심사에서 총점 653.39점을 받았는데,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항목에서 기준점수(105점)에 미달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정황’이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온 이튿날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방통위 존재 이유가 위협받을 대형사건”이라며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통위 업무보고를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받으면서 한 위원장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마당이니 국힘 의원들 주장은 새로울 것도 없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文 정권의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정황, 전모 밝혀야’에서 “문재인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했던 일을 떠올려보면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란 의심이 든다”며 점수 조작 정황을 기정사실로 몰아갔다. 감사원이 점수 조작 정황을 확인했다고 TV조선이 보도하고, 국힘이 거들고,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전모를 밝히라고 요구했으니 검찰 등판은 시간문제다.
보도만 보면 마치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조작해서 TV조선이 부당하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감사원이 확인했다는 조작 정황은 일부 심사위원들이 TV조선 재승인 채점표에 처음 매긴 점수를 수정해 더 낮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수를 수정하는 사례는 과거 심사 때도 통상적으로 있었다고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복수의 인사들은 미디어스 취재에서 밝혔다. 특히 점수를 수정하면 기존 채점표를 파기하고 새 채점표에 기록했던 것과 달리 2020년 심사에선 기존 점수에 두 줄을 그어 수정하고, 그 채점표에 점수를 다시 기재하는 방식이 적용됐다고 한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점수기재 방식을 바꾼 것이 조작 정황의 단서로 둔갑한 셈이다. 오죽했으면 언론학자들이 성명을 냈을까.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는 지난 15일 공동 성명을 내어 “법에 의한 절차와 심사 결과에 대해 감사원이 학자를 불러 조사하고, 일부 언론은 검찰 조사를 암시하는 기가 막힌 현실을 보면서, 과연 어느 학자와 전문가들이 법이 규정한 재승인 심사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감사원의 무리한 정치감사는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KBS 경영진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KBS노동조합과 보수성향 단체들이 청구한 국민감사를 받아들였는데, 표적은 김의철 KBS 사장이다. “KBS를 비롯해 MBC 다 민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닌가”라는 지난 7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에서 그런 전조는 보였다.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공영방송 사장 흔들기는 권력의 자장 안에서 본격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연주 방심위원장이 빠지면 섭섭했던 것일까. 국힘은 지난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와 TBS에 대해 ‘봐주기 심의’를 하고 있다며 정연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6명과 사무처 관계자를 직무 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어 배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실 관계가 틀린 사유로 고발 카드를 꺼낼지는 몰랐다. 재승인 심사위원에 대한 도 넘은 감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 이에 맞장구치는 언론 행태는 기시감이 든다. 이런 판에서 훈수꾼 역할을 하며 이해관계를 도모하려는 일부 언론이 언론자유를 강변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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