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범죄가 아니라 '스토킹 범죄'입니다"

강아영 기자 2022. 9. 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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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정은주 한겨레 콘텐츠총괄은 "이전부터 보복 범죄라는 단어를 신중히 써야 한다는 정서가 내부적으로 있었는데, 사건 초기 보복 범죄라는 용어가 쓰이면서 편집자서부터 '단어가 적절치 않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며 "국장단과 사회부, 젠더팀 등이 관련 논의를 한 결과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엔 가능하면 보복 범죄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스토킹 범죄로 표기하기로 했다. 여러 부서에서 쓸 수 있으니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초반 기사와 용어 사용이 달라졌으니 외부적으로도 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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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 성범죄 사건 용어 고심

성범죄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독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선정적·성차별적 표현을 쓴 언론사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 역시 세지면서 성 평등적인 용어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이트키핑(뉴스 취사선택 과정)을 거쳐 선제적으로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는 언론사가 있는가하면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고민을 나누는 언론사도 늘어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전주환씨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을 ‘스토킹 범죄’로 표기한다고 15일 밝혔다. 사건 초반 자주 쓰였던 ‘보복 범죄’는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따지기 위한 법률상 용어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겨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경찰 범죄통계 등에서는 비슷한 범죄를 보복 범죄로 분류하고 있”지만 “보복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당한 만큼 그대로 갚아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한편 강력범죄 전조가 되는 스토킹 행위의 심각성을 가린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유사한 사건은 스토킹 범죄로 표기한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선정적·성차별적 표현을 쓴 언론사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 역시 세지면서 성 평등적인 용어를 써야 한다는 언론사들의 의무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역내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은 뉴스 편집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졌다. 정은주 한겨레 콘텐츠총괄은 “이전부터 보복 범죄라는 단어를 신중히 써야 한다는 정서가 내부적으로 있었는데, 사건 초기 보복 범죄라는 용어가 쓰이면서 편집자서부터 ‘단어가 적절치 않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며 “국장단과 사회부, 젠더팀 등이 관련 논의를 한 결과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엔 가능하면 보복 범죄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스토킹 범죄로 표기하기로 했다. 여러 부서에서 쓸 수 있으니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초반 기사와 용어 사용이 달라졌으니 외부적으로도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지면에도 알림을 내보내려 했다”며 “그런데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다른 언론사들도 모두 스토킹 범죄라고 써서 오버라고 생각해 빠졌다”고 했다. 실제 20일 현재 대다수 언론사들은 이번 사건을 보복 범죄가 아니라 ‘스토킹 범죄·살인·살해’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내 민주방송실천위원회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젠더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다. 젠더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최근 사회·문화적 상황에선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된 기준보다 더욱 다양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6일 노보에서 “지난 7월 인하대 사망사건 보도에 대해선 현업에서 고민을 많이 했던 ‘표기’와 ‘단어선택’ 문제가 (보고서에) 많이 언급됐다”며 “보도 다음날까지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성별 표기에 대해선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선정적이었던 타사의 최초 보도가 일으킨 잘못된 열기를 빼는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 여학생’과 ‘가해 남학생’을 같이 써주는 것은 괜찮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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