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다 119구' 곽빈, 연속QS는 놓쳤지만 투혼 담긴 역투는 빛났다[스한 이슈人]

허행운 기자 2022. 9. 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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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두산 베어스 선발 마운드의 미래라 할 수 있는 곽빈(23)은 올시즌 후반기 한층 성장한 모습을 자랑하면서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비록 6경기째 이어오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행진이 멈췄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경기 운영과 스태미나를 느낄 수 있었다.

곽빈. ⓒ두산 베어스

곽빈은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15차전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무려 119구를 뿌리며 7피안타 1볼넷 1사구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8-2로 승리하며 곽빈은 시즌 7승(8패)을 수확했다.

이날 곽빈이 상대한 NC 타선은 그 어떤 투수에게도 쉽지 않은 라인업이다. 통산 타율(3000타석 이상 기준) 6위에 빛나는 주전 2루수 박민우가 컨디션 난조로 빠져있지만 손아섭, 박건우, 양의지라는 걸출한 스타들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방을 갖춘 닉 마티니, 노진혁 그리고 신성 김주원까지 포진해 상대 투수를 압박한다.

실제로 이날 곽빈은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1회초 시작과 함께 리드오프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으며 출발했다. 이명기는 잘 잡아냈지만 이어진 박건우-양의지-마티니에게 연속 3안타로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어진 위기는 땅볼과 삼진으로 막았지만 어쨌든 선제 실점과 함께 불리하게 출발했던 곽빈과 두산이었다.

곽빈(가운데). ⓒ두산 베어스

그러나 곽빈은 한 번의 고비를 넘은 후 점차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2회초를 삼자범퇴로 정리하더니, 3회초엔 선두타자 이명기의 안타에도 불구하고 앞서 적시타가 있던 박건우에게 병살타를, 마티니에게는 삼진을 뺏어내며 실점을 피했다. 4회초는 노진혁-오영수-김주원을 연속 삼진 처리했고, 5회초는 볼넷이 하나 있었지만 큰 위기 없이 이닝을 지우는 데 성공했다. 

초반과 확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 곽빈이다. 이제 만 23세가 된 곽빈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멘탈이었다. 높은 구속을 자랑하는 패스트볼의 구위는 여느 투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연타나 제구 불안으로 인해 위기에 몰리면 자멸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날 보여준 그의 피칭은 그 우려를 앞으로는 지워도 된다는 희망을 남기기 충분했다.

곽빈이 그렇게 침착한 운영을 이어가는 동안 팀 타선은 2회말 1점, 3회말 3점, 5회말 1점을 각각 더해주면서 든든한 득점 지원을 건넸다. 선취점을 내줬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펼친 호투의 의미가 더욱 배가 된 이유였다.

그리고 이어진 6회초. 곽빈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90개가 넘는 공을 던졌지만 또 모습을 드러낸 것. 곽빈은 올 후반기에 들어 확 달라진 모습으로 팀의 에이스나 다름 없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달 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7이닝 1실점 이후 지난 14일 LG트윈스전까지 6경기 연속 QS 행진을 달릴 정도. 이날 경기에서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던 곽빈과 두산이었다.

곽빈. ⓒ두산 베어스

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만 경기가 풀리진 않았다. 곽빈은 1사 후 마티니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위기에 몰렸다. 후속 노진혁은 뜬공으로 잡았지만 오영수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로 출발했음에도 아쉬운 몸 맞는 공을 내줬다. 이 시점 그의 투구수는 119구.

지난 2020년 프로에 데뷔한 곽빈의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지난해 9월 17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기록한 115구(6이닝 무실점)였다. 지난달 21일 LG전에서도 111구를 뿌리며 그에 근접했던 곽빈은 이참에 그 기록을 아예 넘어 119구까지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한 것. 그러나 이 사구로 결국 바랐던 6이닝에는 닿지 못하고 김명신과 교체됐다. 다행히 김명신이 위기를 틀어막으면서 곽빈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비록 QS 기준은 충족하진 못했으나 곽빈의 역투만큼은 두산 팬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됐다. 역대 최저 순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확률이 높아진 두산은 웃을 일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차기 우완 에이스 곽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향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보긴 충분해 보인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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