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서 사나요?"..지상으로 올라가는데 1억

계현우 2022. 9. 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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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지하 주택의 실태를 분석하는 연속 보도, 오늘(20일)은 주거 취약 계층의 비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봅니다.

먼저 반지하를 벗어나는 데 얼마가 필요한지, 왜 떠나기 힘든지 계현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68살 이부택 씨는 청각 장애인 아내와 함께 20제곱미터 반지하 집에 삽니다.

곰팡이 냄새에 괴롭고, 집 밖 화장실도 힘들지만 떠날 수 없습니다.

[최효순·이부택/서울 금천구 : "화장실 갔다가 나와가지고 뼈도 몇 번 내가 부러진 적이 있어요. 넘어져 가지고. (지상으로 가고 싶죠. 못 가는 이유는 첫째, 돈 때문에 못 가는 거죠.)"]

기초생활수급비 130만 원으로 한 달을 생활하려면, 월세 15만 원인 이 반지하 집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지상층으로 가려면 보증금은 다섯 배, 월세는 두 배를 내야 합니다.

[인근 부동산/음성변조 : "(거기는) 최하위거든요. 지상층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30만 원에 나오죠."]

볕도, 바람도 들지 않은 또 다른 반지하 주택.

보증금 8천만 원을 토지주택공사, LH에서 지원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형편이 나아진 건 아닙니다.

월수입 200만 원인 3인 가구가 월세 50만 원에 이자 10만 원을 다달이 내야 합니다.

이보다 더 비싼 지상으로 올라가는 건 무리입니다.

[반지하 거주민/음성변조 : "(지상은) 비싼 것이거든요. 여기서 사는 것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서울에서 반지하를 벗어나는 데 가장 부담이 큰 보증금은 얼마나 더 들어갈까.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로 확인해봤습니다.

반지하 가구와 면적이 비슷한 다세대 주택 지상층의 전세보증금은 1억 7천8백만 원, 지하층보다 1억 원 이상 비쌉니다.

LH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최대 1억 2천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연 2%대의 이자는 내야 합니다.

그런데 반지하 가구의 40% 가까이는 본인이나 배우자의 소득이 없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서울은 임대료가 너무 높다 보니까, 1억 2,000만 원을 빌려주는 전세 임대도 지하가 거주 비율이 30%가 넘습니다."]

반지하 주택은 줄고 있지만, 취약 계층은 여전히 반지하를 찾습니다.

오르는 보증금 대신 월세를 더 내며 힘겹게 버팁니다.

그 사이 지상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꿈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 김상민/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김지혜

계현우 기자 (ky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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