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도이치모터스 사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회복 안 하나 못하나
한 장관 "개입 않겠다"며 이원석 총장이 지휘 못할 상태 방치
이원석 검찰총장이 취임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키를 쥐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이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총장으로 인적 구성이 바뀌었지만 배제 조치가 유지됐고, 이 총장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진행상황을 보고받지 못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장이) 다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상적인 상황이 된다면 모든 책임을 총장이 지고 수사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9일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경찰청을 찾으면서는 “수사지휘권 문제는 현실적으로, 법률상으로 여러 고려해야 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수사지휘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 한 장관이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한 장관은 수차례 국회 등에서 “저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부 등의 설명에 따르면,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를 원상회복하는 것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의 범주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회복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의 취지는 검찰총장이 제대로 수사지휘를 하고 장관은 구체적 사건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장관과 법무부의 입장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할 수 없는 현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의 도이터모터스 사건 수사지휘를 회피하기 위한 형식논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관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체제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하는 게 더 수월하다고 여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원칙주의자인 데다 소신이 강한 이 총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지내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한 장관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자신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전임 장관이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못하게 한 것도 풀어주는 게 언행일치”라고 했다.
이 총장이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잘못됐다고 선언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하지만 수사지휘가 배제된 검찰총장이 이 같은 해석을 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고, 잘못됐다고 판단할 경우 전임 장관 등의 책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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