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폐장 확보 않고 "원전은 친환경"

김기범 기자 2022. 9. 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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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녹색분류체계'..EU의 친환경 조건인 방폐장 건설 방안은 없어
원전 계속 운전 때 '사고 저항성 핵연료' EU보다 6년 늦은 2031년 적용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친환경’으로 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원전의 안정적 이용에 필수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부지 확보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고 저항성 핵연료도 유럽연합(EU)보다 6년 늦게 적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건설, 원전 계속운전 등 3개 분야로 구성된 원전 경제활동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공개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은 ‘EU 녹색분류체계’를 참고하되 국내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등으로 구성된 세부 협의체, 관계부처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발표할 당시 원전을 제외하면서 “국제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최종 포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6일 EU 의회는 원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확보, 최신 안전기준 적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환경부는 이날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지 및 건설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정부 계획인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기본계획이 지난해 12월 확정됐기 때문에 이번 초안에서는 구체적인 연도 제시는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초안에 기본계획 이행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가 조건으로 포함시켰다고 했다. 초안에는 방폐물 관리기금 및 원전 해체비용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들어갔다.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기본계획에도 시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막연한 내용이 들어 있을 뿐이란 것이다.

관리기본계획대로라면 당장 내년에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해도 방폐장이 마련되는 시점은 EU(2050년)보다 10년이 늦은 2060년 이후다. 부지 선정에 주민 반발이 거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사실상 방폐장 확보를 포기한 채 원전을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 “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 시점 늦추면 신규·노후원전 10기 친환경 포함돼”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확보 시점은) 녹색분류체계에서 독자적인 엄격한 규정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환경부는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새로운 법률 제정으로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번 초안에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의 조건으로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포함했다.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현재 상용 중인 핵연료보다 성능이 향상되거나 유지되면서, 노심 냉각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핵연료의 건전성을 장시간(약 50분 추가) 유지할 수 있다.

환경부는 기존 원전을 계속 운전하는 경우 2031년부터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EU(2025년)보다 6년이 늦다. 환경부는 전문가 자문 결과 국내에서는 2031년이 상용화가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로 판단되며 사고 저항성 핵연료 도입을 촉진하고자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 시점을 늦추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원전(신한울 3·4호기)과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 10기가 모두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는 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원전의 친환경 분류에 반대하는 전문가,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다음달 6일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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