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도 수석도 몰랐다는 영빈관 건립, 누가 했다는 건가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영빈관 신축에 대해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878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책정된 계획을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들 중 일부도 몰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총리까지 몰랐다니 어이가 없다. 지극히 일부만 쉬쉬하며 사업을 추진했다는 말이다. 이러니 대통령실의 국정 능력에 대한 의심과 함께 사업 결정을 둘러싼 밀실 추진 논란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영빈관 신축 계획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사업 그 자체가 ‘기존 청와대 영빈관을 국빈 만찬 같은 행사에 활용하겠다’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격 향상을 위해 영빈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사전에 당당히 드러내고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 사업비로 대통령실 이전비인 496억원의 2배 가까운 돈이 책정된 것도 마찬가지다. 계획대로 실행했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셈이다. 이 사업 계획이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치고, 국무회의 의결에 이르는 동안 한차례도 쟁점화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이 계획을 몰랐다는 한 총리의 책임 역시 작지 않다. 그는 예산안을 의결한 국무회의 주재 당사자이다. 기재부의 내년도 국유재산관리기금 예산안에 사업 계획이 들어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다니, 예산심의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총리가 국가 예산안에 들어간 숫자를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 모골이 송연하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냐”(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이 어떻게 추진됐는지 등 자초지종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고 있다. 시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의혹은 덮을수록 커진다. 누가 총리와 수석들조차 모르게, 비공식적으로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했는지에 대한 의심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국정운영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한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도 나왔다. 이 문제는 윤 대통령이 사업계획을 철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누가 사업을 기획하고 밀실 추진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공식라인을 무력화시키는 비선이 개입된 것이라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당사자에겐 마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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