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토킹 피해자 보호 못하는 구조, 이번엔 반드시 해결해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경찰은 스토킹 사건을 전수조사하고, 피해자로부터 피의자를 적극 격리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가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기제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원은 스토킹 피의자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 사유에 ‘피해자의 안전’과 ‘재범 우려’를 추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형량 기준을 수정하기로 했다. 스토킹 피의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다. 스토킹을 개인의 일상과 생명을 파괴하는 중범죄로 사회 전체가 인식하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멀리 가서 찾을 필요도 없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해 논점을 흐렸다. 스토킹 등 젠더에 기반한 범죄 대응은 제대로 못하면서 여가부 폐지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한 것 같다”며 피해자 탓을 했다. 언론의 왜곡 보도와 악성 댓글도 문제다. 차마 옮길 수 없는 글들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고 있다.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유족을 대리한 민고은 변호사는 20일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스토킹 범죄는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여자 친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경찰의 스토킹 경고를 받은 직후 여자친구 집에 침입해 폭행을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고, 자신의 살인미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에게 집요하게 연락하고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40대 남성이 검거됐다. 스토킹은 살인 예고라고 판단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 행위를 한 것이 뭐가 문제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식의 인식으로는 범죄를 막을 수 없다. 다시는 참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성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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