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마리아 레사 "2년 안에 민주주의 와해될 수 있어"
"기술 플랫폼·커뮤니티 구축해 새로운 저널리즘 만들어야"
필리핀의 온라인 뉴스 매체 ‘래플러’의 공동설립자이자 2021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 CEO가 “정보기술 기반의 새로운 시대에선 지루한 진실보다 거짓말이 더 빨리 유통되고 있다”며 “이 흐름이면 2년 안에 민주주의가 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레사 CEO는 “언론이 게이트키핑(뉴스 취사 선택 과정) 역할을 정보기술 기업에 뺏기면서 사실이 아니라 분노와 혐오로 점철된 거짓말이 더 빨리 유통되고 있고, 인터넷이 무기화되고 있다”며 여러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26개의 가짜 계정이 300만개의 정상적인 계정에 파급력을 미치며 특정 대상을 공격한 사례와 함께 2020년 6월 자신이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도 거론했다.
레사 CEO는 “당시 래플러의 발행인으로서 저는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고 관련법도 없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SNS 상의 바텀업(bottom-up) 공격이 두테르테 정권의 탑다운(top-down) 공격과 합해져 현실을 바꿔버렸다. 미국 선거조작 시위 역시 유튜버들 사이에 퍼진 이야기가 기성 미디어인 폭스 뉴스에 전해지고 트럼프가 얘기하면서 현실이 바뀌어버린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공작들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본질을 바꾸고 언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거짓말도 수백 번을 반복하면 사실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모든 국가들에서 극우파들이 기세등등해지며 비자유주의적인 지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을 공격하고, 언론인이 거짓말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은 진실이란 없다고 받아들이고 거짓에 대한 저항이 불가능해진다”며 “그렇게 되면 게임은 끝난다. 진실이 없으면 신뢰가 없고 신뢰가 없으면 공유된 현실이 없으며 그렇게 되면 우린 협업할 수 없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실제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신뢰 쌓기 위해선 좋은 기술, 저널리즘,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하다"
레사 CEO는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선 결국 좋은 기술과 저널리즘,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널리즘이 출판이 아니라 커뮤니티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술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고 그걸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대항해야 한다. 언론의 광고수익이 무너지면서 생존에 문제가 되고 있는데, 커뮤니티를 강력히 구축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사회적 흐름이 바뀌지 않는 이상 2024년이면 민주주의가 와해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레사 CEO는 “우리는 민주주의에서 파시즘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서 있다”며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자유주의적인 지도자들이 선출되고 힘의 균형이 바뀔 것이다. 저 또한 평생을 감옥 안에서 살 수도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동시에 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사 CEO는 레플러 설립 전 CNN 동남아시아 담당으로 테러 조직들에 대한 탐사 보도를 하고, 이후 필리핀 ABS-CBN의 뉴스부장을 맡은 바 있는 인물이다. 2012년 래플러를 설립한 이후 두테르테 정권의 권력남용, 폭력, 권위주의를 집중 조명하고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의 윤리적 역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엔 이 같은 노력을 높이 평가받아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필리핀에선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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