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의..'라고 말하기 전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
우리 문화의 '원형' 탐색.. 새로운 창조 가능성 발견
올가을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이 입고 뛸 유니폼이 공개됐다. 제작사 측은 “도깨비와 호랑이 등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았다”고 했다. 한 선수가 “도깨비, 호랑이는 어떤 상대에도 두려움 없는 용맹함을 자랑한다”며 “새로운 유니폼을 갑옷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할 것”이란 소감을 밝혔다.
약간의 의문이 든다. ‘고유’, ‘정체성’ 같은 말은 보통 우리만의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데 도깨비, 호랑이가 과연 그런가. 도깨비는 그렇다 쳐도 호랑이는 진작 이 땅에서 멸종해 동물원에나 가야, 그것도 외국에서 들여온 종(種)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인데 고유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은 뭐만 있으면 ‘우리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우린 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막연할 때가 많다.
마침 호랑이 이야기로 시작한 김에 책의 호랑이 편을 들춰보면 우리의 전설과 민담, 그리고 현대 이전의 소설들이 호랑이를 어떻게 그려왔는지 알 수 있다. 유니폼 제작사나 그 옷을 입고 뛸 선수들은 호랑이 하면 막연히 ‘신령스러움’, ‘용맹’ 등 이미지만 떠올리겠으나 책은 호랑이가 지닌 천(千)의 얼굴을 일깨운다. 안타깝게도 너무 어리석어 사람에 생포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징그러울 정도로 포악하고 탐욕한 놈도 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야 호랑이를 말하며 ‘한국 고유의 문화’ 운운할 수 있지 않을까.
도깨비도 그렇다. 마침 그 이름을 딴 인기 드라마가 몇 해 전에 있었지만, 도깨비 하면 인간의 사후(死後) 세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죽음을 다룬 우리 고전문학의 텍스트들을 소개한다. 죽기 싫어 죽음을 거부한 예도 있고 ‘모든 목표를 다 이뤘다’는 만족감에 흔쾌히 받아들인 예도 있다. 도깨비 같은 가벼운 소재에서 출발해 ‘죽음은 삶의 끝인가, 아니면 완성인가’ 하는 묵직한 철학적 질문 앞에 서는 경험을 선사한다.
학술서적으로 ‘토의문학의 전통과 우리 소설’, ‘신화 전통과 우리 소설’, ‘둘이면서 하나-고전서사의 짝패 인물’, ‘바보설화의 웃음과 의미 탐색’ 등이 있다. 고전문학의 대중화, 그리고 폭넓은 독자층과의 소통을 위해 ‘강의실 밖 고전여행’(전 5권),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살면서 한번은 논어’, ‘삼국유사 어디까지 읽어봤니?’ 등 교양서 집필에도 힘썼다. 현재 세계일보에 ‘이강엽의 고전 나들이’를 연재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중이 형! 합의금 건네고 처벌받았으면 끝났을 일… 형이 일 더 키웠다"
- 부모 도박 빚 갚으려고 배우 딸이 누드화보…주말극 ‘미녀와 순정남’ 막장 소재 논란
- 광주서 나체로 자전거 타던 유학생, 숨진 채 발견
- 팬 돈까지 뜯어 17억 사기…30대 유명 가수, 결국 징역형
- 구혜선, 이혼 후 재산 탕진→주차장 노숙…“주거지 없다”
- 생방 도중 “이재명 대통령이”…곧바로 수습하며 한 말
- 유영재, 입장 삭제 ‘줄행랑’…“처형에 몹쓸짓, 부부끼리도 안 될 수준”
- 반지하서 샤워하던 여성, 창문 보고 화들짝…“3번이나 훔쳐봤다”
- "발가락 휜 여자, 매력 떨어져“ 40대男…서장훈 “누굴 깔 만한 외모는 아냐” 지적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