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내견이 더 오래삽니다"..삼성 안내견학교 가보니
(지디넷코리아=이나리 기자)삼성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에 따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을 양성하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1993년 9월 설립해 29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1994년 국내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분양한 안내견은 모두 267마리이며,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가장 큰 임무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내견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과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닌지, 안내견으로 활동할 때 과한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의 편견이 따른다.
2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찾아 안내견이 양성 과정을 체험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서 언급했던 걱정들이 모두 사라졌다.
■ 안내견학교, 강아지 놀이터부터 수영장까지…시각장애인과 보행은 즐거운 산책
안내견학교에 들어서자 8마리의 레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들이 반겼다. 안내견으로 훈련받기에 앞서 태어난지 약 3개월이 지난 강아지들은 퍼피워킹 자원봉사 가정으로 입양돼 약 1년 동안 보살핌을 받는다. 일명 '사회화' 과정이라 부르는 기간 동안 예비 안내견은 지하철, 버스, 마트와 같은 장소에서 노인과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일상 속 상황을 경험하고 사람과 사는 즐거움을 느끼고,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된다.
퍼피워킹 가정의 조건은 아파트, 주택 모두 가능하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공간 또한 평범한 가정집이기 때문이다. 단, 퍼피워킹의 신청 조건은 집에서 안내견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정집이어야 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는 “1년 보육기간 퍼피워킹 가정에게 사료, 병원비 등의 각종 비용을 모두 지원하고, 주변 병원 등의 편의시설까지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며 “안내견을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 있다면 개를 키운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가정에서 시작한 '퍼피워킹' 가정이 약 1천여 가정까지 늘었고, 현재 퍼피워킹을 하고자 신청한 대기 가정이 110여 가정에 달한다. 퍼피워킹 신청후 강아지를 입양 받기까지는 약 2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고 하니, 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는 46일된(2개월차) 강아지 8마리들이 퍼피워킹 입양을 앞두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 강아지들의 놀이터에는 사람 아기들이 사용하는 미끄럼틀, 사운드 도어 등의 장난감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마치 '강아지 전용 키즈카페'를 보는 듯 했다.
유석종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프로는 "강아지들을 만져 주는 것 또한 사회화 훈련 중 하나이고, 태어난 직후부터 사람은 친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체험에 온 기자들에게 강아지와 개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퍼피워킹 가정에서 1년을 보낸 안내견들은(14~18개월) 다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로 돌아와 6개월간 훈련을 받게 된다. 모든 안내견들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훈련에 적합한지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한다. 훈련 통과율은 35%다. 안내견이 되지 못한 개들은 일반 가정으로 분양된다. 현재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는 16마리의 안내견이 훈련받고 있다.
안내견이 생활하는 기숙사의 공간은 넓고 쾌적했다. 특히 기숙사의 모든 공간이 온돌 바닥이란 점에서 놀라웠다. 이는 훈련 후 시각장애인 가정과 은퇴견으로 생활할 때 대부분 집안 내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또 기숙사에는 TV를 배치해 안내견들이 일상생활 소리에 적응하도록 했다.
유석종 프로는 "안내견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우리가 생활하는 상점, 도로, 인도 등으로 나가서 약 30~40분 훈련을 받고, 주말에는 쉰다. 사람들은 안내견들이 오랜 시간동안 훈련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출은 개들이 즐거울 때 까지만 훈련해야 향후 시각장애인들과 생활할 때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숙사 건물 밖을 나오자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잔디밭에서는 안내견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놀이터와 흡사한 놀이기구가 눈에 띈다. 개들 또한 높은 곳에 올라가서 멀리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놀이터를 구성했다고 한다. 안내견학교에는 안내견 전용 수영장도 구축돼 있었다. 은퇴한 안내견도 언제든지 놀러 와서 놀이터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 안내견, 시각장애인 눈 역할...일반 개 보다 평균 수명 1~2년 길어
안내견학교에서는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분양하기 전에 약 한달간 안내견 파트너 교육을 실시한다. 첫 2주는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의 거주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면서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유 프로는 “시각장애인이 외출을 힘들어 하는 이유는 목적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놓여있는 수많은 장애물을 피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라며 안내견과 장애물을 피하는 방법을 함께 연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날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훈련하는 방법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안내견은 외출할 때 손잡이(하네스)가 달린 옷을 착용하고 나간다. 하네스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발급된 장애인 보조견 표지가 장착된다.
사람은 안내견 오른편에 서서 왼손으로 손잡이(하네스)를 잡고 걷는다. 안내견이 장애물을 발견하면, 장애물을 왼편에 둔 방향으로 피해서 사람도 같이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계단을 발견하면 잠시 멈춰서 사람에게 알려준다.
이 날 기자 2명은 안대를 하고 안내견과 함께 걷는 체험을 했다. 유석종 프로는 “앞이 갑자기 안보이면, 걸음에 무섭고 안내견과 걷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험을 한 기자는 “생각했던 것 보다 앞이 안보이니 무서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안내견학교 한편에는 은퇴견 추모비가 있는 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추모비 옆에 적힌 안내견 이름들을 보니 뭉클해졌다.
안내견은 일반 강아지 보다 수명이 약 1~2년 더 길다고 한다.
유 프로는 “안내견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안내견은 적성에 잘 맞아야만 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계속 관리를 받다 보니, 통계적으로 기대수명이 일반 개 보다 더 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내견에게는 주인이 시각장애인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일반주인과 외출하면 산책이라고 하고, 시각장애인과 외출하면 일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상 안내견은 애정을 갖고 밖에서 집중력 있게 함께 걷는 것에 더 행복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narilee@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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