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지가 간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나눈 환경 이야기
환경 문제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여기 지구를 살리고자 뜻을 함께한 정책기자들이 모였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우.거.지.(우리들의 거대한 지구사랑)’는 그런 환경 문제를 되짚어보려고 합니다. 그들의 두 번째 이야기는 환경의 현재입니다.
요즘 환경 실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현황을 보기 위해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찾았습니다. 과연 우.거.지들은 무엇을 체감했을까요. 지금부터 발자취를 따라가 볼까 합니다. 자아, 함께 가보실까요?
서울 성동구에 있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서울새활용플라자는 2017년 가을에 개관했다. 새활용(업사이클)에 대한 모든 걸 보고, 배우고, 경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무척 넓다. 우.거.지는 많은 걸 담기 위해 각자 흩어져 돌아봤다. 충분히 살펴본 후, 느낀 소감과 생각을 나눴다. 이선욱, 이경윤, 김필종, 그리고 김윤경 정책기자가 참여했다. 이제 그들에게 마이크를 돌린다.
김윤경(이하 호칭 생략) : 모두 어떠셨어요? 저는 서울새활용플라자 개관 전 준비 과정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때 과연 사람들에게 새활용이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했었죠. 아무래도 지금보단 분리수거나 재활용 인식이 조금 덜 했었으니까요. 와보니 정말 좋은데요. 함께 모여 있는 환경박물관이나 백화점 같다고나 할까요. 다른 분들은 어떤 점이 흥미로우셨나요?
이선욱 : 저는 두 가지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소재은행과 고장 난 시계를 무상 수리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무상 수리는 새활용주간에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소재은행은 여러 가지 폐소재 활용 제품을 값싸게 팔고 또 잘 활용하게끔 알려주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소재가 있구나 싶었죠. 폐현수막으로 만든 한복이 눈에 확 띄더라고요. 또 요즘은 고쳐서 쓰기 보다는 그냥 저렴한 걸 새로 사기도 하는데, 결국 예전 시계는 쓰레기가 되잖아요. 보면서 아차 했죠. 진작 알았다면, 고장 난 시계를 다 가져왔을 텐데.(웃음)
이경윤 : 저는 버려지는 청바지로 지갑이나 가방, 현수막으로 만든 제품을 유심히 봤어요. 환경에 관심이 많아 이곳도 여러 번 왔었는데요. 여러 번 보게 돼 그런지, 솔직히 늘 비슷한 디자인이라 좀 아쉬운 점도 있어요. 계속 구매하게 하려면 소비자를 끄는 충분한 매력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봐요. 처음에는 새활용에 의미를 두고 구매한다 해도 또 비슷한 걸 사지는 않을 테니까요.
김필종 : 저는 어렸을 때 깡촌에서 자랐어요. 물이 엄청 깨끗해서 온종일 물에서 놀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중학생 즈음이었나? 환경이 달라진 거예요. 그게 느껴지더라고요. 강물에 고기가 없어졌어요. 생산량을 늘리려고 농가에서 농약 등을 치게 된 거죠. 저희만 아니라 모든 농가가 했었죠. 그런데 약을 뿌리고 남으면 버려야 하잖아요. 당시는 환경에 관한 인식이 적었고 따로 버리는 곳이 없었어요. 그냥 강이나 하수에 버리게 되고, 결국 오염되는 거죠. 또 농사를 지을 때 잡초가 자라지 않게 비닐을 땅에 까는데 그때는 재활용같은 인식이 없으니, 그냥 땅속에 파묻어버리는 거예요. 해마다 그냥 계속 파묻고, 묻고… 또 거기서 자라는 농산물을 먹는 거죠. 이제 심각성을 인지해서 농촌에서도 최대한 수거하고 공동으로 처리하게 됐지만요. 여기를 둘러 보면서 좀 더 분야를 넓혀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농어촌에서 생기는 환경 문제도 심각하니까요.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 범위를 좀 더 폭넓게 확대하면 좋겠더라고요.
이선욱 : 저도 어려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그전까지 농촌에 살았어요. 강물 이야기를 들으니 떠오르네요. 우리 마을 물이 엄청 맑았거든요. 물고기, 개구리 많은 곳에서 물장구치며 뛰놀았었는데.
이야기는 환경에 관심을 둔 동기로 흘러갔다. 앞서 자신의 환경 습관을 점검해보고 실천해왔다. 이들이 이렇게 환경에 큰 관심을 둔 계기는 무엇일까.
이경윤 : 전 예전부터 자원순환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몇 년 전, 기후위기 강의를 들으니, 바로 체감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그뿐만 아니라, 확실히 건강해졌어요. 선순환 같았죠. 해보니 좋았고, 좋으니 좋다고 말할 수 있고. 원래 열심히 하다 보면, 좀 더 하고 싶잖아요. 그래서 중고마켓과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면서 점점 더 환경에 다가가게 된 거 같아요.
이선욱 :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했었을 때 ‘아 진짜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50년 후에는 기온이 5도 이상 급상승한다는 이야기도 오싹하고요.
올해 이상기후 현상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겨울에는 마다가스카르에 사이클론이 발생했으며, 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폭우가 쏟아졌다. 인도를 비롯한 유럽에는 강력한 폭염이 찾아왔고 영국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때 이른 폭염과 산불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여름에는 파키스탄 전 국토의 3분의 1이 폭우에 잠겼는데, 예년 평균보다 190% 많은 양이었다. 기후참사라는 표현이 절실하게 와닿는 현실이다. 이런 위기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또 우리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이경윤 :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먼저 실천해봐야 남에게도 하자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선욱 : 결국 인류가 만든 거잖아요. 우리가 조금 편리하려고 원인을 제공한 결과니까요. 내 주위만 해도 옛날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는데, 모두가 심각하게 느끼지는 않는 거 같아요.
이경윤 : 특히 기후변화는 그래요. 큰 수치를 봐도 우선 자기가 직접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고, 결국 재난이 일어나고 나서야 체감한다고 할까요.
김필종 : 실제 통가나 피지 등 남태평양 섬들이 사라지고 있는데요. 당장 우리에게 절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죠.
김윤경 : 맞습니다. 기후 이상으로 피해가 커지고 기후난민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우리 국민과 정부도 환경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는데요. 점점 정책도 달라지고 환경운동도 많아졌잖아요. 혹 예전과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을까요?
이선욱 : 저는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 분리배출을 보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는 그냥 버렸잖아요. 요즘은 규칙을 지켜 분리해 버리는 걸 보면, 작으나마 희망이 보인다고 할까요.
김필종 : 전 이런 공간들이 많아져서 좋아요. 여기 와서 옛 생각도 났고요. 아이들이 저 어릴 때처럼 놀 환경이 없어 안타까운 점도 있지만요.
김윤경 : 그렇죠. 정책기자님들이 직접 겪었던 일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책에서나 보는 이야기가 돼 버렸으니까요.
김필종 :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갈 순 없지만, 또 다른 새바람이 불겠죠. 전 좋게 생각해요. 이곳에 젊은 세대가 많더라고요. 솔직히 누가 이런 어려운 일을 하겠어요. 당장 성과가 보이는 일을 하고 싶죠. 그런데 아까 부스에서 소신껏 친환경 의미를 설명해주는 걸 들으면서 ‘시대 변화’라는 긍정적 시그널을 봤다고나 할까요. 젊은 세대가 새활용이라는 블루오션을 잘 활용하면 좋겠어요.
환경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환경에 관련해 우.거.지 외에 또 다른 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서울새활용플라자 내에서는 마침 새활용주간을 맞아 입주기업과 함께 다양하게 환경 교육을 진행했다. 난 폐자원으로 인형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그곳에서 이은정 대표(버즈 더 퍼즈)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내가 입은 티셔츠를 가리키며, 우.거.지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 취지를 들은 그는 몹시 반가워했다. 무엇보다 난 그가 이 환경 체험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궁금했다.
“광명에 와인동굴이 있어서 와인에서 나오는 코르크 뚜껑이나 병으로 제품을 만들거든요. 여기에서도 작은 폐자원이 꽤 많이 나오니까요. 그런 작은 폐자원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이 프로그램을 생각했어요. 예상보다 사람들이 재밌게 참여해주셔서 보람이 있네요.”
그의 말에 주위를 봤다. 옆에서 나와 함께 만들던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다. 아이는 무척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거 내가 만들었어요!”
또 다른 곳. 예전부터 관심 두던 소재은행을 찾았다. 앞서 다른 정책기자도 흥미를 보였던 곳이다. 이 소재은행에서 안전관리를 맡은 나호윤 담당자(꿈꾸는 공장)는 반갑게 답변했다.
“소재은행에는 다양한 계층이 찾아오세요. 소재요? 대부분 천을 많이 찾으시는데요. 보다시피 여기 소재가 참 다양하거든요. 그만큼 환경을 아낄 수 있다는 소리죠. 앞으로도 좀 더 이곳이 홍보돼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단체로 와서 환경을 보고 가잖아요. 이곳이 아이들 기억에 남아 환경실천을 좀 더 하지 않을까요.”
우.거.지가 찾은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지구를 걱정했고, 환경 사랑을 응원했다.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결국 환경 사랑은 우리를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이 밝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위기를 늦출 수도, 혹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건강한 지구야말로 앞날을 향한 아이들에게 우리 세대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선물이 아닐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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