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커넥트 2022] 美제재 직격탄에 亞太시장 클라우드로 승부거는 화웨이
성장성 큰 기업시장 타깃 공략
디지털인재·스타트업 지원 가속
미중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활로를 넓히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공급망에서 배제되고 스마트폰 사업이 급격하게 위축돼 새 먹거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0일 태국 방콕의 퀸시리킷 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웨이의 연례 행사 '화웨이 커넥트 2022'에서는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화웨이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디지털화의 촉발(Unlease Digital)'을 행사의 슬로건으로 내건 화웨이는 통신장비 회사에서 벗어나 클라우드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19일 기조연설을 통해 "병목 현상을 해결해 디지털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화웨이 클라우드는 '클라우드로, 세계로' 생태계 전략을 발표하고 '모든 것을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클라우드가 대세…전 산업군으로 확산= 화웨이는 전시장 전면에 '풀스택 데이터센터' 전시 부스를 배치했다. 풀스택 데이터센터는 켄 후 순환회장이 발표한 디지털 전환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 중 하나다. 화웨이는 대규모 전력을 사용해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절감하기 위해 모듈화 방식을 적용한 그린 데이터센터도 선보였다. 정화용 한국화웨이 디지털파워사업부문 과장은 "데이터센터를 레고 쌓는 식의 모듈화 방식으로 만들어 공사기간을 20개월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쿨링 시스템을 인공지능으로 최적화하고 수냉식으로 재구성해 전력 소모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부스도 크게 자리했다. 2025년까지 디지털 워크로드의 95%가 클라우드에서 직접 배포될 것이라고 전망한 화웨이는 다양한 산업군에 클라우드가 도입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행사장에는 1만명 이상의 ICT 관계자들이 모였는데, 특히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부스가 인파로 북적였다. 아태지역에서의 화웨이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항만, 도로, 스마트시티, 공장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서비스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확실히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화웨이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김종렬 한국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마케팅 상무는 "행사에서 전시된 솔루션과 서비스는 모두 클라우드가 그 기반"이라며 "이제 하드웨어 인프라를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프라 위에 솔루션을 얹어 클라우드를 통해 전 산업에 확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타깃 시장은 아태지역 엔터프라이즈= 화웨이는 아태지역과 아프리카, 유럽에서 디지털 전환 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 28.7%로 세계 1위를 지킨 5G 통신장비뿐 아니라 새 먹거리인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또다른 성장의 한 축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화웨이 사업에서 엔터프라이즈 부문 비중은 16%를 차지했다. 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지만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고 포화된 시장이 대부분인 5G 통신장비(44%), 소비재(38%)와 비교해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날 라이언 딩 화웨이 엔터프라이즈부문 사장은 올 상반기 엔터프라이즈 부문 매출이 81억7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늘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매출의 22% 이상을 R&D에 쏟아부어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R&D 총 투자액은 224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했다.
특히 화웨이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시장은 아태지역이다. 아태지역은 화웨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인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가 방콕에 이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프랑스 파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이유도 이런 전략과 무관치 않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태지역은 인구가 많아 성장 가능성이 크고 미중 무역갈등에서도 중립적인 만큼 화웨이가 투자하기에 강점이 있다"며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인터넷 발전 수요가 커 가격 경쟁력이 있는 화웨이가 공략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이를 위해 아태지역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아세안 아카데미'와 '시드 포더 퓨처' 프로그램을 통해 2026년까지 디지털 인재를 50만명까지 늘리도록 지원한다.
커넥트 2022에서 열린 아세안 재단과 가진 회담에서 사이먼 린 화웨이 아태지역 사장은 "화웨이는 아태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으로서 인재 육성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스타트업 지원도 가속화한다. 현재 아태지역 내 120여개 기업이 화웨이 클라우드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글·사진/태국(방콕)=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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