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하다=지식이 높다?..당신 자녀의 문해력 안녕하십니까

이문수 2022. 9. 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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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시립도서관 소속 김지원 산북작은도서관장(오른쪽)과 김영애 주무관이 문해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넌 가끔 보면 고지식할 때가 있어.”

“하하,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의 높지 않은 지식을 갑자기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한 학교 교사와 학생의 위 실제 대화가 인터넷상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대화 흐름이 석연치 않은가, 아니면 매끄러운가. 만일 후자라면 당신의 문해력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겠다. 교사가 말한 ‘고지식’은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었는데, 학생은 ‘높은(高ㆍ높을 고) 지식’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최근 들어 젊은 세대의 문해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디지털 시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바라봐야 할지 온라인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루 일과를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끝내는 도서관 사서는 ‘요즘 세대 문해력’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경기 여주시립도서관 소속 김지원 산북작은도서관장, 김영애 주무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자=요즘 들어 ‘문해력 위기’란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잖아요. 누구보다 책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문해력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지원 관장(이하 지원)=분명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젊은 세대, 학생들은 뉴미디어에 많이 노출돼 있고, 활자를 멀리하는 환경이거든요. 초등학생들조차 책보다는 유튜브를 보면서 정보를 접하는 데 능숙해요.

김영애 주무관(이하 영애)=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요. 어른인 저도 무서울 정도인데 어린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조어나 경제ㆍ문화ㆍ사회 용어가 쏟아지니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습득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진 거죠. 이런 점도 젊은 친구들의 문해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기자=저는 처음에 ‘요즘 젊은 친구들 너무 공부를 안하네, 활자를 저렇게 멀리해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려는 거야’라고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보니 문해력 저하를 단순히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지원=맞아요. 4차산업혁명ㆍ메타버스ㆍ가상화폐ㆍ대체불가토큰(NFT)ㆍ딥러닝…. 인간의 이해 속도와 무관하게 전에 없던 용어와 개념이 생겨나고 있어요. 성인인 저도 무척이나 따라잡기 어렵답니다. 문해력 문제를 개인의 역량 차이에서 찾기보다는 급변하는 사회에 걸맞게 어떤 방식으로 젊은 세대의 텍스트 수용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그러고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를 만난 적이 있거든요. 그분이 ‘미술계에서의 NFT 적용 방향과 NFT의 현실세계 연계 가능성’을 주제로 이야기해주셨는데 대화에 참여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워서 진땀을 뺐어요.

영애=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독서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의 즐거움, 독서가 주는 위로ㆍ위안을 깨달을 수 있게 어른들이 옆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지원=도서관만큼 책 읽기 좋은 곳이 있을까요. 유치원생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지켜본 한 학생을 예로 들어볼게요. 유치원 다닐 때 엄마와 손잡고 도서관을 찾았을 때는 무척이나 지루해했는데 꾸준히 오다보니 이제는 도서관이 그 친구의 안식처나 아지트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방과 후면 꼭 도서관에 와요. 책 읽는 습관, 도서관을 찾는 습관만 잘 들인다면 부모가 ‘책을 읽으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기자=자녀에게 ‘책은 흥미로운 것, 독서는 재미있는 놀이’라는 등식을 심어주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영애=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의 독서가 입시 위주로 매몰돼 있어 안타까워요. 어렸을 때부터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독서가 이뤄지다보니 당연히 흥미를 잃을 수밖에요. 어린 자녀일수록 책을 권할 때 성적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아닌,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책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림이 많이 들어가고 활자가 적게 들어간 책, 등장인물의 개성이 살아 있는 책 같은 거죠.

기자=만화책은 어떤가요. 만화책이 문해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지원=주변 학부모님에게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저는 만화도 괜찮다고 봐요. 충분히 감수가 된 학습만화를 예로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학년의 자녀라면 글자로만 빼곡히 찬 책을 읽는다는 건 힘든 일일 수 있거든요. 만화가 ‘읽는 것’이 흥미롭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독서의 길로 인도해주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영애=전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요. 물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때론 귀찮은 일이기도 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에 관심이 별로 없던 아이들이 책만 읽어주면 차분하게 듣거든요. 이야기 구성, 흐름을 이해하고, 어휘력을 올리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지원=요즘 오디오북도 많이 나오잖아요. 전 자녀 독서교육을 할 때 오디오북도 꽤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다만 단순히 오디오북을 틀어주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집중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거든요. 이때에도 부모의 학습지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같이 오디오북을 들어주고 중간중간 등장인물의 행동을 주제로 대화 나눈다거나, 책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물어보는 식이지요. 회사일 하랴, 집안일 하랴 부모님들이 정말 바쁠 테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까지는 독서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당부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여주=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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