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골프 대중화·스마트시티에 인생 바친 사나이, 故이동준 회장

이용만 2022. 9. 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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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회장이 지난 2008년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에 참여해 초·중·고교 6곳에 학교발전기금 1억원을 쾌척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1970년대 초반 서울 상도동 살던 시절 아이들 유치원 보내다 이동준 GA코리아 회장과 가까워졌다. 그는 이웃 아이들을 곧잘 자신의 차에 태워 데려다주곤 했다. 목재 회사로 출발해 1억불 수출탑까지 받은 그는 사업가로서 신용을 특히 중히 여겼다. 사채를 끌어 쓰더라도 기일내에 돈을 갚았다. 그가 중동 건설 바람을 타고 해외 사업에서 승승장구하게 된 것도 그런 신용 위에서였다. 애국심이 강한 그는 자신이 수출 전사라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그와 골프친구로 가까워진 계기는 내가 1980년 신군부에 밉보여 공무원에서 2년간 해직됐을 때였다. 나는 1971년 말 재무부 이재국장이 되고 6개월 만에 골프를 배웠고 좋아했다. 함께 골프를 즐기면서 골프 산업의 미래와 골프 대중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는 사업 역량을 골프로 집중했다. 먼저 국내선 볼 수 없었던 규모인 100만평 이상 부지에 골드CC와 코리아CC를 지었다. 그리고 부설 퍼블릭 코스에는 나이트 시설을 설치해 24시간 운영을 했다. 마지막 팀 출발 시간이 새벽 1시 40분이니 3시40분쯤 끝났다. 그리고는 골프장을 다시 4시에 개장했다. 골프 대중화와 골프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영을 지속적으로 해나갔다. 골프장과 어우러진 주거 공간을 만들어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을 오랫동안 지내며 꿈나무 발전을 위해 지갑을 열고 골프장을 내주었다. 한국의 우수한 남녀 프로골퍼들을 키워내기 위한 아카데미도 만들었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도 골프장을 운영하고 얼마전엔 고향인 강화도에 9홀 대중 골프장을 열었다. 이 회장은 한때 국회의원 출마 권유를 받아 내게 조언을 구했다. “정치와 사업을 같이 할 수 없다. 둘 다 하려면 다 안되니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는 조언을 했고, 그는 숙고 끝에 정치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만약 정치를 했으면 지금같은 골프장은 없어졌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골드와 코리아CC가 있는 기흥에 첨단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첨단산업과 주거가 합쳐진 곳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의 배포에 놀라면서도 나는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조언해주었다. 이 회장은 롯데 프리미엄아울렛점을 유치하더니 스웨덴까지 날아가 이케아 전문점을 유치하는 열정을 보였다. 골프장 주변 도로에서는 스마트시티를 누빌 자율주행 연구를 지원했다.

그는 늘 근육운동을 열심히 해 아침 5시45분에 출근해 운동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고, 매일 알통 단단한 팔뚝을 자랑하는 사진을 보내주곤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며 성균관대학교에서 스마트시티를 연구하는 박사 공부도 열심히 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고향 강화도가 평양과 인천공항, 서울로 이어지는 한반도 주요 라인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많은 구상을 쏟아냈다.

이동준 회장이 지난 2007년 북한 결핵어린이 돕기 기금 1억원을 북한결핵어린이 돕기 범국민운동본부 이윤구 총재에게 전달했을 당시의 모습. 왼쪽부터 김상환 사무총장, 이 총재, 이 회장, 이용성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 대표이사. /이덕훈 기자

당뇨병이 있던 그와 최근 간단한 수술을 받고 나오면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부음을 듣고 6.25때 친동생과 어머니가 폭격으로 돌아가셨던 충격을 다시 느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그의 뜨거운 열정과 꿈은 언제고 살아있을 것이다. 아직도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전 재무장관 이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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