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가족' 문진승 "세상 보는 눈 키우고 싶어요" [인터뷰]

김지현 기자 2022. 9. 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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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도베르만처럼 보여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모범가족’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 준 배우 문진승은 극중 캐릭터 중배를 동물로 표현하자면 도베르만 같다고 했다. 강철(박희순)의 오른팔로 등장하며 매 신마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중배를 떠올리면 참으로 찰떡 같은 비유다. 중배는 말 그대로 ‘멋’이 있는 캐릭터다. 긴 대사 없이도 빈틈 없이 채워지는 강렬한 인물이다. 문진승은 작품에는 소개되지 않은 중배의 서사를 그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상하며 캐릭터를 그려 나갔다.

“중배의 출생부터 성장과정,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혼자 상상해봤어요.아마도 중배는 위선적은 사람을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랄까. 광철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따르는 까닭을 그렇게 상상하며 연기했어요.”

31살, ‘늦깍이 데뷔’ 타이틀이 따르는 문진승에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엿보였다. IT 분야를 공부한 그는 전공과 전혀 다른 연기라는 분야를 택한 모험에 대해 마땅히 책임지려 노력하면서도, 그 노력의 과정이 즐거운 모양이다. 대본에 그려지지 않은 서사를 상상하며 캐릭터에 온기를 불어 넣고, 연기라는 것이 인간 문진승을 드러내는 일 같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선 따듯한 휴머니티가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 되고 위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는 그다.


“연기는 그 때의 나, 지금의 나를 드러내는 작업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성장에 관심이 많아요. 인간 병기가 되야겠다 싶을 정도로 훈련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액션 연습을 하는데 제 몸과 마음가짐이 바뀌더라구요. 그 과정을 보는 걸 좋아해요. 제 움직임을 살펴보고 지켜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의 대사를 또 해보는 걸 좋아하는데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그때의 나는 저런 분위기였는데 지금의 내가 그 대사를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해서 그렇거든요. 그래서 녹음을 하고 들어봐요. 최대한 연습하고 진실되게 하려고 노력해요.”

KBS2 '달이 뜨는 강‘에서 강렬한 액션으로 눈도장을 찍은 덕일까. 캐스팅 디렉터의 추천을 받아 시작된 ’모범가족‘은 정식 오디션을 거쳐 합류하게 된 작품이다. 현장은 걱정과 설렘의 연속이었다. 연습에 매진하다가도 혹시 너무 준비를 하면 과해보일까 걱정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당일에는 긴장에 차마 보지 못하다 결국 한 자리에서 몰아봤다. 가족들을 비롯해 지인까지 많은 연락을 받았다. 특히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박희순의 문자가 큰 힘이 됐다고.

“정우, 박희순 선배가 정말 잘해주셨어요. 박희순 선배가 인터뷰에서 ‘제2의 허성태;가 될 거라고 칭찬해주셨는데 와 어찌나 감사하던지... 또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요즘에도 종종 연락을 드리는데 선배가 ‘진성이 반응이 좋네. 좋았어’라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제가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사실인데 뭐’라고 보내시더라구요. 그 문자를 캡처해서 간직할 정도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날이었어요.”

그는 박희순을 비롯한 정우 등 현장의 선배들이 방향을 잡고 무언가를 찾아가려는 자신에게 좋은 방향을 보여줬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일부러 좋게 말해주신 건지도 모르지만 박희순 선배의 칭찬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정우 선배도 그렇고 옆에서 연기를 보는 것만으르도 많이 배웠거든요.”


문진승에겐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질문이 있다. IT분야 회사에서 근무했고, 독일까지 유학을 간 일화다. 어릴적 그는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등 IT 혁신가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개발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독일에 백발의 프로그래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유학을 택했다고 한다. IT와 관련한 꿈도 이루고, 삶의 밸런스도 즐기고 싶었던 욕심에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예상과 달랐다. 종일 이어지는 야근에 긴 문제 해결 과정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1년 간 근무하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스스로에게 ‘행복하냐’고 질문했을 때 언뜻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은 그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문득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리스팅을 해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꿈들에 대해서요 그 중 연기가 있었어요. 사실 연기는 늘 원하는 목록에 있었는데 혹시 내가 유명해지고 싶어서 인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된다는 판단에 리스트에서 삭제했었죠. 다시 리스트에 연기를 올리고 고민해을 때 그런 욕심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유학생 시절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길을 걷게 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드라마틱 한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단숨에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은 후엔 오디션의 연속이었다. 보조출연부터 이미지 단역으로 경험을 쌓았다. 대사가 주어지고 캐릭터가 주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기다림의 시간에서 자신만 중심을 쌓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성장을 좋아하고, 자신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누군가는 늦은 데뷔라고 말하고 조바심이 나냐고 묻지만 헛된 시간은 없다고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복이란 뭘까 자주 생각하는 편이에요. 뇌과학, 심리학, 철학책도 좋아하고요. 최근엔 니체에 빠져서 열심히 읽기도 했고요. 근데 행복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IT쪽 공부를 할때는 정답이 있다는게 좋았는데 연기는 그런 정답이 없잖아요. 근데 그래서 재밌어요.”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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