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역무원 당직 줄이겠다" 책임론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의 해법

김승현 기자 2022. 9. 20. 15: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발생한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전주환(31)이 근무했던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직위 해제된 직원이 사실상 제재 없이 내부 정보망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 특히 내부에서 쓴 프로그램에 헛점이 있었다는 노조 측 주장이 나오면서다. 채용 과정에도 전주환의 전과를 포착하지 못했다.

권한 관리와 인재 채용 등에 있어서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20일 국회에 출석해 당직 제도 개편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직위 해제된 직원에 대해 내부 전산망 접속을 차단하고, 최종심까지 기다렸다가 하게 되어 있는 징계를 1심 판결 이후면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역 근무 제도와 관련해서는 여성 역무원의 당직을 줄이고 역내 모든 업무에 현장 순찰이 아닌 CCTV를 이용한 가상순찰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검정 추모 리본을 패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30일까지를 신당역 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 주간으로 지정, 전 직원은 검은색 추모 리본을 패용하고 근무한다. /뉴시스

전주환은 앞서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등의 혐의로 직위해제가 된 상태에서 공사 내부 인사망에 접속해 피해자 근무지 등을 알아낸 것에 더해, 이날 ‘인사망뿐 아니라 사내 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피해자의 옛 주소지를 파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전주환이 인트라넷이 아니라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의 회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피해자의 주소지를 알아낸 것으로 19일 뒤늦게 내부 확인됐다”고 했다.

회계 프로그램 중 직원 개인의 원천징수를 확인하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확인해 전주환이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20일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전주환이 회계사 자격증을 딴 만큼 이런 관리 시스템 만져봤기 때문에 프로그램 허점을 알지 않았는가 판단하고 있다”라며 “19일 밤 시스템을 개선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서울교통공사가 전산망의 내부 허점을 미리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29조에 따라 개별 사업장은 개인 정보와 관련한 안전조치의무가 있다. 실질적 업무 권한이 없는 사람들에게 접근 제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이를 게을리 한 것이 드러날 경우 과태료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서울교통공사의 내부망 관리 허술 등과 관련해 현재로서 관련 법률 위반으로 입건된 이는 없다”면서도 “현행법 위반 사항이 나오면 수사할 수는 있다”고 했다.

전주환이 2018년 12월 서울교통공사 7급 사무직으로 입사했을 당시 음란물 유포·폭행 등 2건의 범죄 이력이 있었지만, 서울교통공사에 그대로 채용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환은 지난 2017년 음란물 유포에 따른 벌금형, 택시기사 폭행 등 전과를 갖고 있었지만 채용 결격사유 조회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

실제 서울교통공사는 전씨를 공사 직원으로 채용하기 전에 11월 6일 수원 장안구청에 결격사유 조회를 요청했지만, 구청은 수형·후견·파산 선고 등에 대한 기록을 확인한 후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공사에 회신한 것으로 알렸다. 그러나 당시 전주환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아 1건의 범죄 전력이 있었다.

다만 이는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범위를 협소하게 정한 공공기관 인사 규정과 미비한 관련 법령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5년이 지나지 않았어야 하는데, 벌금형을 받은 탓에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채용 결격 사유로 삼는 규정도 작년 5월 생겨 해당되지 않는다. 또 전주환처럼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여전히 결격 사유에서 빠져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와 관련 이날 20일 국회에서 “중범죄가 아닌 경범죄 또는 도의적 책임으로 인해 직위 해제된 경우가 있어서 모든 직위 해제자들에게 정보 접근을 제한할 수 없었다”며 “직위 해제된 직원에 대해 내부 전산망 접속을 차단하고, 최종심까지 기다렸다가 하게 되어 있는 징계를 1심 판결 이후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역 근무 제도와 관련해서는 여성 역무원의 당직을 줄이고 역내 모든 업무에 현장 순찰이 아닌 CCTV를 이용한 가상순찰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CCTV를 통해 이상 징후가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 나가보는 방향으로 순찰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단순히 여성 역무원의 당직 숫자를 줄이는 것이 제대로 된 대책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5일 내부 사업소별로 ‘재발방지 대책 수립 아이디어를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한편,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전주환을 21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계획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