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BS의 공적 책임과 역할
국민은 자유롭게 공권력을 비판하거나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가짜뉴스, 악의적 왜곡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 모든 권력으로부터 언론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2년 전 고발 사건의 검찰 수사 착수, 보수성향 언론단체의 KBS 고발과 국민감사 청구, 감사원의 방송통신위원회 정기감사 등으로 감사를 차례차례 진행하고 있다. 일련의 움직임은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본인 입장과 달리하는 보도만 있으면 KBS, MBC, YTN 등 방송사를 방문해서 항의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중요하지 않고 민영화가 답이라고 말했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방송법이 무색하다는 일부 여론도 나왔다. 윤석열 정권 출범과 동시에 방송 개편 작업이 시작됐다. 독립성이 보장된 방통위를 흔들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다수 국민을 위한 미디어 개혁과 방송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언론의 공공성을 찾는 역사적 과제이기도 하다. 권력의 부당한 압력과 간섭으로부터 보도의 독립성을 띠고 책임 있는 언론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방송법 제4장에 따라 운영되는 공영방송사 KBS는 2023년 공영방송 50년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 체계는 1988년에 제정된 한국방송공사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영방송법의 개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이다. 낡은 공영방송법 개편을 통해 독립된 지배구조, 공정성, 지역성, 다양성이라는 공영방송 존립의 의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유럽 평의회 등 주요 국제기구는 공영방송의 국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해외의 주요 공영미디어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영미디어의 사회 기여에 필요한 법률 체계 개선과 제도 변화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방송법상 한국방송공사(KBS) 관련 법률 내용을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KBS의 공적 책임 및 역할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일반 방송사업자 역할과 차별되는 KBS만의 책무·목표·가치 구현을 위해 공사가 수행할 공공서비스의 범위·규모·내용·재원 등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포괄적이고 선언적으로 규정된 KBS 설립 근거 조항을 국가 기간 방송사이자 공영방송사로서의 설립 근거와 목표를 명확히 하고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사의 역할을 명시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민영방송이 제공하기 어려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이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공론장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공영방송 정책 수립이나 법적 규제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방송법에 공영방송의 목적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또 일반 방송사업자로서의 방송법상 일반적 책임 외에 공영방송사로서의 KBS 위상과 책임에 걸맞은 공적 책무를 규정해야 한다. 공영미디어 개념이 개개의 특정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써 공익을 위해 일정한 범위의 고품질 프로그램과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공공 가치에 기여하기 위한 공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구성 원칙을 제안하고 공영방송의 구조적 독립성과 함께 시청자와 시민 사회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유럽평의회와 같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설명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연간 계획 및 연차 보고서 필수 내역 공표, 장기 계획의 수립과 공표 등을 의무화하고 공사의 공적 책무 이행 계획과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서 공영방송 모델이 부재한 아시아권 공영방송사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사로 발돋움해야 한다. 공영방송 혁신에 대한 사회 요구에 부응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법체계 재정립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공서비스 미디어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방송법 개정을 통해 KBS의 공적 책임과 역할을 새롭게 재정립함으로써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실현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letskt2020@gmail.com
현행 방송법에 명시된 한국방송공사의 공공성 관련 조항
<필자>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 제21대 국회 서울 동대문구(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평당원 출신 첫 국회의원이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시절 '반값등록금'을 제안해 2012년 대선 어젠다가 됐다. 민주당 초대 대학생특별위원장,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의원 민주당 비례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대변인,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민주당 비례후보 등을 거쳤다. 2018년에는 민주당 최초로 30대 원외 전국청년위원장에 선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여성가족위원·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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