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종식' 한 걸음 더..尹정부, 원전 '친환경 경제활동' 공식 포함
원전 신규건설 2045년까지·폐기물 처리계획 수립 등 조건
한화진 환경장관 "K-택소노미 원전 포함, 2050 탄소중립 기여"
정부가 20일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에 포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초안에서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녹색 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탈(脫)원전 정책 종식에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EU에 이어 한국도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우크라이나 전쟁 계기”
환경부는 이날 원전을 포함하는 K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때인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된 ‘녹색분류체계 지침서(가이드라인)’를 발표했는데, 당시 탄소를 발생시키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탄소 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경제활동이라며 ‘전환부문’에 포함됐지만,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은 빠져 논란이 일었다. 정권이 교체된 후 원전을 포함시킨 K택소노미 초안이 나온 것이다.
환경부는 “녹색분류체계 지침서 발표 당시 원전은 유럽연합(EU) 등 국제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최종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EU는 원전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력원이라는 측면을 반영해 지난 7월 ‘EU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한국도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킬 것으로 관측됐었다.
환경부는 EU와 한국이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킨 데 대해 “최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외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각국의 에너지 안보 위기의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SMR은 ‘녹색부문’, 원전 신규건설·계속운영은 ‘전환부문’
‘택소노미(taxonomy·분류체계)’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기준이다. 녹색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이어서 특히 중요하다. 예컨대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 경제활동에 저리로 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K택소노미는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나뉜다. 녹색부문은 ‘탄소중립과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이다. 전환부문은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은 아니지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 중간과정으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이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 녹색부문에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을 포함시킨 데 대해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과 같은 미래 원자력 기술 확보는 물론,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전환부문에 ‘원전 신규건설(전력이나 열을 생산·공급하고자 원자력을 이용하는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활동)’과 ‘원전 계속운전(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 계속운전을 목적으로 설비를 개조하는 활동)’을 포함한 데 대해서는 “환경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2045년까지 신규건설 허가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설비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EU 택소노미보다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점 여유…한국, 계획대로여도 2060년
EU와 비슷한 조건도 걸었다. 원전 신규건설의 경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 존재와 계획 실행을 담보할 법률 제정,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보유, ▲최신기술기준 적용과 ATF 사용, ▲에너지 1kWh(킬로와트시)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100g 이하,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과 원전 해체 비용 보유 등을 충족해야 한다. ‘원전 계속운영’ 조건은 신규건설 조건과 같고, 다만 ATF와 관련해 ‘2031년 1월 1일부터 ATF 사용’으로 규정됐다.
EU 택소노미와 비교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와 ATF 사용 시점에 여유가 있다. EU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가동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 수립’과 ‘2025년부터 ATF 사용’을 조건으로 달았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가 작년 12월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세부 계획 이행을 위한 법률 제정을 조건에 포함해 처분시설을 적기에 확보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엔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하고 20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고 37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한다’라는 방침이 담겼다. 이 계획대로 실시된다면, 올해 부지 선정에 착수해도 2060년에 운영이 시작된다.
환경부는 ATF와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이르게 상용화될 수 있는 때가 2031년”이라고 설명했다. ATF는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미국도 2026년에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이번 초안 공개 후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관계부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경제활동을 포함해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로운 활용으로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행기 타려면 3시간 걸리는 인천공항… 업그레이드 했다는데 더 느려져
- [비즈톡톡] 해외 카지노 특급 호텔 수준에 맞추다 보니… 롯데관광개발 뷔페값 9만9000원
- ‘중동붐’에 지난해 해외플랜트 수주 340억 기록… 9년 만의 최대치
- [CES 2025] 현대차 빠진 모빌리티 신기술 경연장… 반격 나선 日·中
- 삼성전자, 4분기는 더 추웠다… 영업이익 전망치 줄줄이 하향 조정
- [단독] 샤오미, 한국법인 사업 목적에 ‘자동차 판매업’… “전기차 시장 진출 염두”
- [뉴테크] 벽돌 하나, 토기 문양까지…3D 기술로 되살린 신라의 천 년 유산
- 美서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자 첫 사망… 대유행 공포 커졌다
- “절체절명 위기”… 韓 배터리·소재, 투자 늦추고 비용 절감 몰두
- 우유 무관세 시대 성큼… 다각화·고급화로 수비 나선 유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