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스토킹 우범자도 전자발찌 필요하다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지난 14일 밤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전모 씨가 28세의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 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를 2019년 11월부터 근 3년 동안 연인으로 지내자며 스토킹해 왔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불법 촬영한 사진을 배포하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다. 이에 전 씨가 위험인물이라고 판단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피해 여성은 올해 초에 다시 전 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고, 전 씨는 경찰에서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은 앞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경험 때문에 아예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불구속 상태이던 전 씨는 검찰 기소 이후에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면서 계속 연락했다고 한다. 두 사건은 병합됐고,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법원의 선고가 예정돼 있던 날 바로 직전일에 발생했다.

스토킹 범죄는 매우 위험하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너무 심하게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은 사랑이란 핑계일 뿐 파괴적인 집착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왜곡된 애착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 목표만 달성되면 수단은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이다.

스토커 입장에서는 정말 지극정성을 다하는데 상대방 여성이 싫다고 하니 무척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더욱 극단적인 방법들을 동원해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를 신고하니 스토커는 격분한다. 신고당한 가해자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나면 대개는 보복에 나서는 특징을 보인다.

스토킹이 극도로 위험한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가해자들의 행위 동기가 ‘애착 불안’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진지하게 애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버림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계속 상대방에게 접근하려고 애쓴다. 그러다가 도저히 사랑을 이루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면 상대방에게서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해 살인도 불사한다. 살인을 통해 상대방을 독점한다는 목표도 동시에 달성했다고 믿는 가해자는 현실 세계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을 이뤘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래서 스토킹 살인자는 대개 현장에서 도주하지 않는다.

스토킹 범죄가 이처럼 위험한데도 수사기관으로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매우 어렵다. 현재 법제가 그렇다. 이 사건 이후에 법무부가 스토킹 범죄행위자에 대해서도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대상이 이미 스토킹 범죄로 형을 선고받았던 사람으로 제한돼 있다. 스마트워치로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살해당했던 경우도 있듯이,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려면 보복 위험성이 있는 우범자(虞犯者)의 ‘발을 묶어 두는’게 중요하다. 신고에 따른 보복범죄는 점점 폭력성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단 위험이 감지되면 전자장치를 부착해 우범자의 위치를 추적, 대응하게 하는 정도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상심리로 인한 범죄의 위험이 커지는 데 따른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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