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여왕과 제국, 그리고 스포츠

김인구 기자 2022. 9.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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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런던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지난 8일 서거 후 19일 전 세계 지도자와 VIP들이 참석한 가운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장례식이 엄수됐고, 여왕의 관은 윈저성 세인트 조지 교회 왕실 예배당에 묻혔다.

여왕의 활동이 물리적으로는 자국 땅에 제한됐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19세기 제국주의 패권정치의 산물로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영국령(British Territory) 곳곳에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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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체육부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런던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지난 8일 서거 후 19일 전 세계 지도자와 VIP들이 참석한 가운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장례식이 엄수됐고, 여왕의 관은 윈저성 세인트 조지 교회 왕실 예배당에 묻혔다. 전 세계인은 이를 지켜보며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여왕의 뜻을 기렸다.

영국 여왕은 지난 70년간 영국 왕실을 초월하는 상징성을 누려왔다. 여왕의 활동이 물리적으로는 자국 땅에 제한됐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19세기 제국주의 패권정치의 산물로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영국령(British Territory) 곳곳에 스며 있었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앵글로색슨 계열의 우방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랜 기간 식민지배를 받았던 인도나 아프리카에도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영국과 왕실의 흔적이 뿌리 깊게 남았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은 스포츠의 ‘원조국’이고, 유난히 ‘로열(왕립)’ 스포츠가 많다.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 골프클럽의 운영 주체는 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R&A)이다. 가장 오래된 역사의 테니스 대회는 윔블던이고, 승마는 대표적인 로열 스포츠로 통한다. 엘리자베스 2세의 딸인 앤 공주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앤 공주의 딸인 자라 틴들은 영국 승마 대표팀 선수로, 2012 런던올림픽에 나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가 영국과 왕실의 지원 아래 성장한 건 제국주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스포츠는 제국주의 팽창정책에 반발하는 시민을 달랠 수 있는 좋은 방패였다. 인종과 민족에 상관없이 공정과 평등이라는 룰이 적용되는 스포츠야말로 제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평화와 긍정의 이미지로 바꿀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중에서도 영연방 대회로 알려진 ‘커먼웰스 대회(Commonwealth Games)’는 여왕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중요한 이벤트였다. 4년마다 열리는 커먼웰스는 영연방 14개국을 포함, 약 50개 회원국이 참여한다. 커먼웰스의 역사는 곧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치세와 일치했다. 3회까지 열리고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됐다가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하면서 다시 본격화했다. 1930년 처음 발족할 때는 ‘대영제국 대회(British Empire Games)’였으나 1954년 커먼웰스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제국의 억압적 이미지가 희석됐다. 전후(戰後) 피폐해진 사회에서 여왕의 평화로운 메시지는 식민지배의 아픈 기억까지 어루만졌기 때문이다. 대회마다 거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참석해 개회 선언을 했다. 올해는 지난여름 버밍엄에서 개최됐고, 여왕 대신 찰스 3세(당시 왕세자)가 개회를 선언했다. 벌써 23회째였다.

하지만 여왕이 서거한 후 커먼웰스 대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에선 커먼웰스뿐 아니라 영연방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영연방은 구시대의 유물로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왕은 재위 기간 내내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신조에 충실했다. 전쟁의 상처를 감싸고, 제국주의의 횡포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그 배턴은 찰스 3세에게 넘어갔다. 영연방의 유대감도, 커먼웰스의 미래도 그가 보여줄 군주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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