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반칙이지. 벤츠·포르쉐 어쩌라구"..'넘사벽 SUV' 레인지로버, '영끌' 성능·품격 [카슐랭]
90cm 깊이 물, 거침없이 통과
회전능력은 압권, 도강은 예술
비상등 스위치, 작동편의 부족
지난달 웬만한 4륜구동 SUV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거친 오프로드와 온로드에서 레인지로버를 탈 때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정반합(正反合), 정과 반이 갈등을 거쳐 발산하는 시너지 '합'이 장난 아니다.
조용하지만 거친 몸놀림, 용쓰지 않지만 거침없는 질주, 요동치지만 편안한 실내, 야성적이지만 넘치는 품격 등 '역설의 역설' 때문이다.
레인지로버는 태생부터 '모순'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말처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SUV가 가당치 않게 여겨졌던 '품격'을 추구해서다.
레인지로버는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최초의 SUV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애칭도 이 때문에 생겼다.
성능은 물론 품격과 품위를 갖춰야 간택받을 수 있는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의전차량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슈퍼·럭셔리 SUV인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 포르쉐 카이엔, 람보르기니 우루스, 롤스로이스 컬리넌, 벤틀리 벤테이가, 페라리 푸로산게, 제네시스 GV80 등 내로라하는 럭셔리 SUV도 레인지로버가 길을 터줬다.
레인지로버는 50년간 5번만 변했다. 강산도 변하는 10년 정도 돼야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진화한다. 10년 앞선 디자인과 품질을 갖췄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지난달 국내 출시한 올뉴 레인지로버는 5세대 모델이다. 2012년 4세대 모델 이후 9년만인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알루미늄 마술사' 랜드로버의 럭셔리 SUV답게 80%가 넘는 알루미늄을 포함한 특수 합금을 활용, 가장 필요한 부분에 강도를 높였다.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단단한 차체 구조를 갖췄다.
국내 출시 모델은 총 5개 트림으로 구성됐다. 스탠다드 휠베이스는 5인승, 롱 휠베이스는 5인승·7인승 모델 중 선택할 수 있다. 내년에는 내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나온다.
7인승 모델은 랜드로버 최초로 선보인다. 3열 시트를 앞좌석 대비 41mm 더 높게 설계, 개방감과 가시성을 향상시켰다.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97만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437만원이다.
롱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1007만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047만원, 7인승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는 2억2537만원이다.
스탠다드 모델은 전장x전폭x전고가 5052x2003x1870mm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997mm다. 롱 휠베이스 모델은 5252x2003x1870mm, 3197mm다.
전장은 기존 모델보다 50mm 길어졌다. 극단적으로 짧은 프런트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을 적용했다. 휠베이스는 75mm 길어졌다.
디자인 변화 폭은 적지만 더 깔끔하고 우아하면서 강렬해졌다. '작은 변화 큰 변신'을 추구했다.
1세대부터 적용된 클램쉘 보닛은 강인하고 견고한 이미지다. 그릴은 더 깊어졌다. 그릴과 교차하는 니은자(ㄴ) 형태 디지털 LED 헤드라이트는 보석처럼 빛난다. 새턴 크롬 재질을 적용한 범퍼는 수평으로 길게 이어져 모던하면서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프런트 안개등, 전방 레이더 및 주차센서는 범퍼에 숨겨졌다. 실루엣이 매끈하다.
기존 모델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셔트라인(차량 두 패널 사이 간격)은 빈틈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트레이드마크인 시그니처 사이드 그래픽은 옆면 도어와 하나의 표면으로 이어졌다. 도어의 둥근 모서리와 글라스는 이음새 없이 연결됐다.
후면부는 가장 많이 변했다. 글로스 블랙 패널로 제작한 수직형 테일 라이트는 리어 램프가 켜지면 존재감을 나타낸다.
역시 역대 최대 크기인 13.1인치 커브드 플로팅 터치스크린에는 햅틱 피드백을 최초로 적용했다. 운전자는 화면을 응시하지 않아도 시스템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랜드로버는 한국 시장을 위해 티맵 모빌리티와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내 최다 사용자를 보유한 티맵(T맵) 내비게이션을 공동 개발했다.
LG전자와 개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피비 프로(PIVI Pro)에 기본 탑재했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와 무선 연결 기능도 갖췄다. 수입차 고질병인 내비게이션 불편을 없앴다.
버튼을 누르면 중앙 등받이가 전동식으로 전개돼 센터콘솔이 된다. 이곳에는 8인치 뒷좌석 터치스크린 컨트롤로가 장착됐다.
35개 스피커로 구성된 메리디안 시그니처 사운드 시스템은 '달리는 콘서트홀'로 만들어준다. 세계 최초로 헤드레스트 내장형 소음제어 스피커도 채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두된 웰빙 트렌드에 맞춰 알레르기 유발 물질, 병원균, 바이러스, 악취를 제거해주는 실내 공기정화 프로 시스템도 탑재했다.
아쉬움도 있다. 비상등 스위치 위치다. 디자인을 감안, 송풍구 사이에 작게 들어가 있다. 위급할 때 바로 누르기 어렵다.
연비는 복합 6.8km/ℓ, 도심 5.6km/ℓ, 고속도로 9.0km/ℓ다.
운전석에 앉으면 감촉이 매우 부드러운 시트가 몸을 안정적으로 감싸준다. 스티어링휠은 5m 넘는 덩치에 비해 가볍다.
랜드로버 자랑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는 운전 초보도 베테랑으로 만들어준다.
컴포트, 다이내믹, 에코, 풀발/자갈/눈길, 진흙, 모래, 암석, 도강 등 주행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적합한 설정을 최적화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지만 힘 있게 움직인다. 과속방지턱도 부드러우면서도 매끄럽게 통과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유능제강'이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한번 달려보겠다"고 까불지 않는다. 서둘거나 괴성을 지르는 등 요란 떨지 않는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게감 있게 질주한다. 급격한 코너링 때도 크고 높은 차체가 쏠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움직인다.
미끄러운 진흙길이나 모랫길에서도 헛돌지 않는다. 차체가 요동칠 때마다 시트는 몸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시트가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물속에 있는 발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물 밖에 나와 있는 몸은 우아하게 노니는 백조가 얼핏 연상됐다.
회전반경은 11m로 랜드로버 모델 중 가장 짧다. 5m가 넘는 차가 회전하기 어려운 좁은 산길에서도 앞뒤 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회전반경을 줄여준다.
깊이 900mm 물길에서도 물 먹지 않는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나 불어난 물에 차를 포기할 순간에도 레인지로버는 벗어날 수 있다. 침수 걱정을 덜어준다.
상하단이 별도로 열리는 테일게이트 이벤트 스위트도 매력적이다. 하단 테일게이트에 있는 적재 공간 플로어 등받이를 세우면 성인 두 명이 앉을 수 있다.
트렁크 부위로 집중되는 음악과 함께 와인 한 잔, 커피 한 잔을 품격 있게 즐길 수 있다. 더 비싼 롤스로이스 컬리넌 부럽지 않다.
플래그십 SUV 분야에서는 비교대상이 없어 플래그십 세단인 벤츠 S클래스와 경쟁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영국차 자존심을 걸고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해서 만든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럭셔리 SUV다.
물론 2억원대 가격도 부자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 아무리 탐나더라도 '영끌' 없이는 넘볼 수 없는 '넘사벽'이다.
구매 능력을 갖춘 소비자들에게는 재규어랜드로버의 서비스가 막판 계약서 사인을 주저하게 만들 때가 있다. 서비스가 개선되고 있지만 구매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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