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낯선 미술에 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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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은 왜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이 모호함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논리적 이성을 통해 ‘명확한 정답’을 찾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모호한 비논리의 세계에서 ‘좋은 질문’을 만들어 던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품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된다고들 한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는 식의 반응도 적잖다. 하지만 말은 결코 미술의 풍부함을 전부 담을 수 없다. 이런 언어의 한계가 역설적으로 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언어 너머에 있는 낯선 모호함을 마주하며 우리는 깊은 사색을 시작한다.
그렇게 예술가는 인간의 속성을 깊이 들여다본다. 탐욕과 질투, 화해와 극적 용서, 배신과 실망을 무한 반복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예술로 승화된다.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인간 군상은 세상이 가진 부조리함과 모순을 드러낸다. 그리고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예술은 평온한 일상을 흔들며 감동이라는 꽃을 피운다.
사실 ‘현대’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들은 다 어려운 편이다. 현대 수학, 현대 물리학, 현대 음악, 현대 무용…. 어느 것 하나 난해하지 않은 게 있을까 싶다. 모두 규정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때문에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전설이 된 고흐마저 살아생전엔 ‘붉은 포도밭’ 등 그림을 몇 점밖에 팔지 못했다고 한다. 당대엔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라 여겨져 인정받지 못했다. 보편에 이른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대표적인 현대 미술 장르인 뉴미디어 아트는 미래 세대와 대화하려는 시도이기에 더욱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뉴미디어 작가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동시대의 안갯속에서 ‘감각’이라는 예술가의 나침반과 ‘기술’이라는 언어로 미래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동물, 식물, 인간, 기계를 구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난해하지만 누군가는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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