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현장에서 본 우크라이나의 성공 비결

여론독자부 2022. 9.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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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두려움·돈으로 움직이는 러와 달리
우크라, 조국위해 자발적으로 싸워
판이하게 다른 두 진영의 동력이
우크라 경위적 선전의 핵심 요인
[서울경제]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했다. 언뜻 보기에 이상하리만큼 정상적이었다. 거리는 인파와 차량으로 붐볐고 상점들은 모두 문을 열었다. 식당은 북적였다. 식료품 가게에 가면 프랑스산 포도주와 미국산 에너지 드링크, 스위스 초콜릿도 살 수 있다. 키이우는 1년 전 필자가 방문했을 때와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그곳까지의 여정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더디고 복잡했다. 필자는 항공편으로 폴란드에 도착해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차로 이동한 다음 12시간 동안 야간열차를 타고 키이우로 들어갔다.

도시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표면을 한 꺼풀 벗겨내면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입은 끔찍한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필자가 만난 우크라이나인들은 너나없이 전쟁 때문에 숨지거나 부상을 당한 친척이나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 14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 난민이 됐다. 몸에 이상이 없는 수백만 명의 남성들은 직접 전투에 나서거나 측면에서 전쟁 지원 업무를 돕고 있고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아직도 외국에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공포와 상실감, 슬픔과 불안감을 동시에 겪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춰 서지 않는다. 하루에도 한두 번씩 공습경보가 울리지만 그것이 예방 차원의 조치임을 아는 주민들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전쟁 초기와 달리 키이우는 이제 전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기로 작심한 듯 보인다. 러시아 침공이 그들의 삶을 멈춰 세우지 못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빅토르핀추크재단이 연례행사인 얄타 유럽 전략 모임을 예정대로 키이우에서 열기로 결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년 얄타에서 개최되던 유럽 전략 회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2014년 이후 개최지를 키이우로 옮겼지만 원래의 회의 장소 지명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역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다. 올해 회의에는 폴란드 총리, 라트비아 대통령, 독일 외무장관과 영국 의회의 주요 정당 공동 대표단이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화상회의를 통해 동참했다.

우크라이나전은 하향식 공격에 대한 상향식 반격의 양상을 띤다. 러시아 침공은 크게 보아 한 명이 내린 결정이다. 러시아 사회가 블라디미르 푸틴의 단독 결정을 인정했는지 몰라도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는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죄수들을 상대로 보너스까지 제공하며 모병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바그너그룹과 같은 용병 집단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반응은 범사회적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앞장서자 전 국민이 일제히 일어섰다. 동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이룬 경이적 선전의 핵심 요인은 크게 벌어진 두 진영 사이의 사기다. 우크라이나군이 조국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반면 러시아군을 움직이는 동력은 두려움과 돈에서 나온다.

하향식 공격과 상향식 대응 사이의 차이는 전쟁에 대한 더욱 광범위한 반응에도 적용된다. 푸틴의 전략은 서방측 유권자들의 약점을 집중 공략한다. 그는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면 올겨울 유럽연합(EU) 주민들 사이에 많은 동사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시점에 도달하면 서방 정부들이 앞다퉈 평화를 구걸할 것으로 푸틴은 확신한다.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서방의 대중은 러시아 제재에 이례적으로 결집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인과 독일인의 절대다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익 연합에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당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조르자 멜로니는 서방의 대응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동유럽국가들 사이에 약간의 동요가 일고 있지만 폴란드와 발트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

민주주의국가들의 지구력은 늘 과소평가된다. 그들은 시끄럽고 논쟁적이며 개방적이다. 민주국가 국민들은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회의, 비판을 공개적으로 털어놓는다. 베트남과 이라크의 경우에서 보듯 전쟁의 명분이 없거나 선출직 지도자들의 판단에 근본적인 결함이 보이면 끊임없이 궤도 수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중대한 가치가 걸려 있고 대의명분이 분명하면 민주국가들은 제 경로를 그대로 유지한다. 거의 50년에 걸친 냉전기에도 그들은 코스를 변경하지 않았다. 중요하기 그지없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서방 민주국가들은 두세 번의 겨울을 넉넉히 견뎌낼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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