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암치료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

김정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장 2022. 9.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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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혹은 보수'라는 말은 굳이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제 개인의 성향을 표현하는 가장 흔한 단어가 됐다.

당신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군요 혹은 진보적인 사람이군요 하는 식이다.

암 치료에 진보 혹은 보수의 논리가 왜 나오는가?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암 치료의 역사 혹은 그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데 교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다.

보수 혹은 진보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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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장

'진보 혹은 보수'라는 말은 굳이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제 개인의 성향을 표현하는 가장 흔한 단어가 됐다. 복잡다단한 사회현상에 명확한 구분점은 없지만 개개인의 견해나 행동양식이 이런 이분법적 구분으로 결론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군요 혹은 진보적인 사람이군요 하는 식이다.

암 치료에 진보 혹은 보수의 논리가 왜 나오는가?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암 치료의 역사 혹은 그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데 교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다. 암치료법을 이야기하면서 현재 검증된 최선의 치료법은 암덩어리와 주변의 림프절을 잘라내는 법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수술이 전부입니까? 수술 말고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라는 묻는 환자나 가족들이 적잖이 있다. 특히 고령의 환자인 경우, 혹은 수술이라는 방법을 꺼려하는 환자들이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 하거나 혹은 암에 대한 연구 혹은 치료의 발전에 대한 소식을 접한 가족들이 수술보다는 덜 침습적인 치료 방법에 대한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경우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필자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고형암에 대한 치료법을 생각한 인류가 가장 먼저 시도한 방법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위암의 예를 들면 절제가 가능한 시기의 위암의 치료법은 암과 주변의 림프절을 절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술적인 치료가 위암 치료법으로 정립된 이후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위암 치료의 중요한 기반이 됐고 흔들리지 않는 진리가 돼 왔다. 비유하자면 중요한 위암치료의 중요한 '보수적 개념'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기존의 치료법도 항상 영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암치료를 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암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면서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시도되기도 한다. 기존의 수술법을 대신하는 내시경적 절제술이나 개복 수술이외의 복강경 수술법 등의 도입이 대표적이다. 발전과 혁신 그리고 더 많은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기존의 수술적 치료법에 대해 도전장을 낸다. 후발 주자는 항상 조심스럽다. 이익은 있지만 이론적이고 아직 다수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가치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새로운 것은 불안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후발 주자는 처음부터 기존의 치료법보다 더 낫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소한 효과가 비슷하거나 더 나쁘지는 않다는 사실부터 증명해 나간다. 지금은 새로운 진리가 된 내시경적 절제술이나 복강경 위암 수술도 그렇게 등장해 자기 목소리를 키운 것이다.

'최소한 더 나쁘지는 않아야 한다'라는 말은 암 치료 전반에 적용되는 매우 중요한 말이다. 암 치료에서는 '안전성'이라는 개념을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이론적으로 완벽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라 할지라도 사망률이나 합병증의 발생률이 기존의 치료법보다 높다면 그 치료법은 인정되지 못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론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되더라도 그 부작용만 높다면 그 정책은 바로 폐기될 것이다.

보수 혹은 진보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 아니다. 둘 다 필요하며 균형이 보장된다면 그것은 금상첨화다. 보수의 매력은 전통과 안정성이다. 그리나 진보적인 생각 없이는 앞서 가기 어렵다. 이 시간에도 과학은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가능성들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인지하기는 쉽지만 인정을 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가치를 대신하려면 최소한 더 나쁘지는 않아야 한다. 장점을 자랑하기에 앞서 단점이 적거나 비슷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것은 겸손함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쯤 되면 암 치료가 세상사를 많이 닮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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