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50점짜리 대표" 이영표, 최용수 감독과의 시너지를 말하다!

손기성 2022. 9.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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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자탕에 김치찌개였는데, 어제는 소고기로 쐈습니다."
강원FC가 K리그 1에서 파이널 A진출을 확정지은지 하루가 지났지만, 이영표 대표이사의 목소리에선 흥분이 묻어있었다. 정규리그 때는 춘천 시내 모 감자탕집에서 주로 회식을 했지만 어제(18일) 만큼은 경사스러운 날이라 소고기 파티를 했다며 파이널A 진출의 모든 공을 최용수 감독과 선수단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스스로 평가했을 때 100점 만점에 30점 정도였다면, 올해는 그보다 나아졌으니 자신에게 50점 정도 주겠다."며 아직은 이뤄야 될 게 많다고 평가했다.

이영표 대표는 이어 "최용수 감독님이 올 시즌 스타트가 안 좋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때도 K리그 승부는 7, 8월에 난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7, 8월에 승부가 났다."라며 최 감독의 예언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여름에 덥고 경기가 많을 때 이기는 노하우를 최용수 감독이 갖고 계시다. "라며 파이널A 진출의 가장 큰 역할은 최용수 감독이 맡았다고 칭찬했다.

■이영표 효과? 강원FC,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다!
2021년 1월 강원FC 축구단의 신임대표로 취임한 이영표 사장은 구단 살림살이부터 챙겼다. 2021년 신규 스폰서로 7곳을 뚫었고, 올해도 지금까지 10곳의 신규 스폰서를 구해왔다. 강원도는 지난해 강원FC구단에 110억 원을 지원했다. 작년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져 살 떨리는 강등권 싸움을 했음에도 강원도는 올해 지원 금액을 120억 원으로 늘렸다. 이런 재정적 지원에도 이영표 대표이사는 강원도 전지역과 수도권까지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면서 새로운 스폰서를 모셔왔다.

특히, 이영표 대표의 결정으로 지난해 FILA로 용품사를 교체하면서 유니폼 등 MD상품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 시즌 8월까지 작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50% 정도 증가했다는 게 강원 구단의 설명이다. 7월 손흥민의 토트넘을 상대로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뽐낸 K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 양현준의 등장이 구단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영표 대표의 과감한 결단 또한 구단 살림살이에 큰 도움이 됐다. 사장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강원FC는 확실히 젊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강원도의 과감한 지원에 이어 구단의 마케팅 수입이 늘어나면서 투자에 여력이 생겼다. 올 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발샤(24.몬테네그로)와 갈레고(25.브라질)라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이후 강원FC는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 결과 파이널 A 진출에 성공했고 이 과정에서 강원도민들의 뜨거운 축구 열기도 되살아났다. 지난해에 비해 유료 관중 수가 45% 증가해, 경기당 평균 1,924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영표 강원FC 대표가 작년 4월 직원들과 함께 ‘독서토론회’를 열고 대화하고 있다.


■수평적 리더십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40대 대표의 혁신
지난해 8월 이영표 대표(45세)는 구단 홍보팀 직원으로부터 실현 불가능한 선수 영입 리스트 한 장을 받아들었다. 바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였다. 당시 FA로 풀린 메시를 강원FC로 영입할 경우 어떤 혜택을 줘야 할지 강원의 한 팬이 이미지 파일로 합성해 홍보자료로 만들었다. 다소 황당무계할 수 있는 홍보팀 직원의 보고에도 이영표 대표는 유머를 잃지 않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누구보다 메시 영입에 진심인 이영표 대표이사’
https://www.youtube.com/watch?v=E6xxktB31w8

이영표 대표가 지난 1월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나눔 행사에 참석해 밥을 푸고 있다.


만 45세에 불과한 이영표 대표이사의 부임으로 강원FC구단은 수평적 리더십이 일상이 됐다. 이영표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독서토론회를 열어 직원들과 생각을 교류한다. 자유주제로 어떤 책이든 한 권씩 선택해 읽고 난 뒤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선수 시절부터 '초롱이'란 별명을 달고 다닌 이영표 대표다운 발상이다.

이 대표는 또한 도내 아마추어 축구 동아리와 친선경기를 펼치며 강원FC를 홍보하는 지역밀착형 마케팅인 '인:프런트' 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나눔 행사에도 꼬박꼬박 함께해 도시락에 밥을 담았다. 지금까지 K리그 구단의 대표이사라고 하면 50대 이상의 근엄한 중년의 이미지가 떠올랐지만, 이영표 대표의 친근하고 이웃집 형 같은 모습은 선수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최용수 강원FC감독이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사장이다."- 최용수 강원FC 감독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 직전에 강원FC 감독으로 부임해 극적으로 생존에 성공한 최용수 감독. 올 시즌에도 스플릿 라운드 전 마지막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대 1로 꺾으며 팀을 파이널A(상위그룹)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11월 야인으로 지내던 최용수 감독에게 손을 내민 이영표 대표와의 만남은 어찌 보면 운명과도 같았다. 감독보다 나이가 어린 대표이사와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선배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데, 최용수 감독은 이영표 대표의 구단 운영 능력과 결단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영표 대표는 과감하고 도전적이에요. 작년 부임 이후에 구단 운영이나 이런 것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잘 잡아놓았고요. 아무래도 해외 명문 팀에서 현역 생활을 했기 때문에 국내외 선수들과 네트워크도 좋고요. 또 하나 구단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일단 맞다고 판단이 되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입니다. 같이 현장에서 일하기 편하죠."

2009년부터 K리그에 참가한 강원FC의 역대 최고순위는 2017년과 2019년에 기록한 6위다. 3년 만에 파이널 A(상위 6개 팀)에 올라온 강원은 남은 5경기에서 한 계단만 순위를 끌어올리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하게 된다. 이영표 대표이사는 이제 상위그룹에서 놀게 됐으니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5위 자리를 노려보겠다면서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았다.

이영표 대표는" 정말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고 싶어요. 그러나 아직 우리는 그만한 스쿼드가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나가게 되면 팀에 독이 되기 때문에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가 제일 중요한 목표는 아닙니다. "라고 말을 아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이었던 이영표 대표이사와 최용수 감독의 시너지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K리그를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 하나가 늘었다.

손기성 기자 (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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