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도형 꼬리 자르기'보다 수사 협조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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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대표와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몇 차례 소주를 함께 마신 적은 있지만, 결코 가깝게 지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여러 가상자산 업계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들이 권 대표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고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 이상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아무도 믿지 않을 권 대표와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한 '거리두기'에 애쓰기 보다,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성실히 협조하는 게 가상자산 업계가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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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대표와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몇 차례 소주를 함께 마신 적은 있지만, 결코 가깝게 지낸 적은 없었다. 순전히 업무적인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근 만난 한 가상자산 투자사 임원에게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의 인연을 묻자 펄쩍 뛰며 그가 한 말이다. 권 대표가 한 때 국내 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던 만큼 단순히 그와 어떻게 알고 지냈느냐고 물었을 뿐인데, 이 임원은 질문을 받는 것조차 거북하다는 듯 ‘철벽’을 치는데 애썼다.
지난 5월 초 국내 가상자산 업계를 뒤흔들며 총 50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던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있은 후 한 동안 잊혀졌던 권 대표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이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아 본격적인 검거에 나선 것이다.
‘권도형’이라는 이름조차 꺼내길 꺼려하며 숨 죽였던 여러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혹여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튈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투자사는 물론 거래소나 코인 분석업체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가상자산과 관계된 업종에서 비중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는 권 대표를 잘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다. 마치 업계에서 공유된 하나의 매뉴얼을 기반으로, 모두가 ‘권도형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그러나 여러 가상자산 업계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들이 권 대표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고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권 대표는 한 때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후 가장 촉망 받는 가상자산으로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의 창시자와 같은 사람이었고, 국내 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라 폭락 사태 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권 대표와의 인연이 오래 전 끝났다고 했거나, 단순한 업무 협조 관계였다고 주장했던 이들은 대부분 폭락이 있기 직전까지도 그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했던 게 드러난 바 있다.
권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한 신현성 티몬 의장은 테라 사태가 터지자 “권 대표와의 인연은 2년 전에 끝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발언을 하기 불과 2주 전 ‘신 의장의 분노에서 시작된 테라’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 직접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국내 대표적인 한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의 대표는 권 대표와는 ‘일반적인 코인 개발사와 투자자의 관계’일 뿐이었다고 주장하며 자신도 거액의 손실을 본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개인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루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온 자신의 과거 행적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법원이 정식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이상 검찰의 테라 사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재 소재가 불분명한 권 대표 역시 국내 송환이 시간 문제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전세계적으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피해를 낳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까지 속출했던 테라 사태의 실체가 밝혀질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친분을 나눈 것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한 때 권 대표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테라, 루나를 띄웠던 적이 있더라도 시세 조종 등에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아무도 믿지 않을 권 대표와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한 ‘거리두기’에 애쓰기 보다,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성실히 협조하는 게 가상자산 업계가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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