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윤종빈 "이게 말이 되냐고? 하정우 실존 인물 K는 더했다"[SS인터뷰]

조은별 2022. 9.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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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지금까지 만든 여러 작품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인 것 같다. 초등학교 동창까지 연락이 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통해 스크린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무대를 옮긴 윤종빈 감독이 플랫폼의 파급력 차이를 현저히 느낀다고 했다. 그가 연출한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배경으로 마약 판매상 누명을 쓴 홍어 수입업자가 한국인 마약왕을 잡기 위해 국정원 비밀 작전에 합류하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2011년 검거된 마약왕 조봉행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하정우의 제안으로 제작됐다. 윤감독은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결국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해 메가폰을 잡았다”고 밝혔다.
◇전화로 결혼 실화...전요한은 피지섬 한인 사이비 교주에서 아이디어 얻어

실화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 역의 실존 인물 K의 사연이다. K가 수리남에서 겪은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다이내믹했기 때문에 이를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하는데 애먹었다.

윤 감독이 K를 처음 만난 건 영화 ‘공작’ 촬영을 마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녹취록을 듣고 나도 궁금했다. 민간인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국정원의 언더커버를 했다는 스토리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K를 접하는 순간, 이분의 강인한 생존력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K를 3번 정도 만났다. 얼굴이 까맣고 다부진 체격이 마치 군인같은 인상이었다. 총알을 뚫고 감내할 수 있는 강인한 사람 같았다. 오히려 이분의 삶을 그대로 표현하면 투박한 군인영화가 될 것 같아 다소 능글맞은 캐릭터로 바꿨다.”

극 중 동두천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장남인 강인구가 조실부모한 뒤 2명의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룸살롱과 카센터를 전전한 것도, 자신을 좋아하는 여성에게 전화로 청혼한 것도 모두 K의 실화다. 장례식장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윤 감독은 “극 중 강인구와 다른 점은 K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고 의정부 출신이며 동생이 3명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황정민이 맡은 전요환은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이 모티프다. 윤 감독은 “K는 만났지만 조봉행의 행방은 끝내 알지 못했다. 국정원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아쉬워했다. 처음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을 때는 조봉행이 수리남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근 그가 6년 전 사망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윤감독은 “실화에서 가장 많이 각색한 캐릭터가 전요환”이라며 “권위적인 직업이 뭘까 고민하다 ‘종교’를 떠올렸다. 피지섬에서 한국인 사이비 교주가 400여 명의 한국인 신도를 강제노역시킨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촬영 중 위궤양·십이지장궤양 앓아...시즌2보다 스크린에 집중할 것

드라마가 처음인 윤 감독에게 ‘수리남’ 촬영은 모든 게 도전이었다. 때마침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까지 겹쳐 해외 촬영이 중단돼 스태프를 해산했을 때는 “절망적이었다”고 토로했다. “뒷산에서 찍은 뒤 MBC ‘서프라이즈’처럼 남미라고 우길 수도 없고 막막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이는 법. 우연히 휴가 차 찾은 제주의 한 카페에서 전요환 저택의 모티프를 발견했다. 윤 감독은 당시 상황을 “카페에 남미가 보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컴퓨터그래픽의 힘으로 야자수를 심고 뒷산과 소나무를 지웠다. 화제의 브라질 총격신은 제주의 야자수농장에서 촬영했다. 열대식물의 씨를 뿌려 재배했고 트럭이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넓혔다.

그러다보니 총 예산 350억원도 빠듯할 지경이었다. 윤 감독은 “‘공작’을 102회차 촬영했는데 이번에 133회차를 찍었다. 영화보다 0.5배 많은 분량과 스트레스 때문에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을 앓았다”며 “한국 감독들이 몰라서 그렇지 생명을 담보로 한다. ‘오징어게임’처럼 에미상에 가려면 황동혁 감독님처럼 이빨 몇 개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수리남’이 화제를 모으면서 할리우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 야구선수 박찬호 등도 SNS에 글을 남겼다. 특히 극중 전요환이 마지막에 찾은 박찬호 야구공은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중요한 소재로 사용됐다. 윤 감독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열혈 팬으로서 감개무량하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과연 그런 게 있을까. 강인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겪은 사연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람들이 알기 힘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인볼은 박찬호 재단에 얘기해 구했다. 시청자들 중에는 그 공에 코카인 위치가 들어있는 USB가 숨겨져 있으며 시즌2를 염두에 둔 것이라 하는데 절대 아니다. ‘오징어게임’처럼 난리나면 모를까, 차기작은 스크린이 될 것 같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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