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 '김연경'이 팀 언니로.. '흥국생명의 미래' 정윤주가 펼칠 2년차 시즌[인터뷰上]

허행운 기자 2022. 9. 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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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함께 힘든 시즌을 보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지난 시즌을 6위로 마감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만이 그들보다 아래에 위치했을 뿐이었다. 그랬던 흥국생명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데뷔와 함께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신성' 정윤주(19)의 등장이었다.

ⓒKOVO

정윤주는 대구신당초-대구일중-대구여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았다. 당초 페퍼저축은행의 우선지명이 예상됐던 정윤주였으나 순번이 밀리며 흥국생명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팀을 이끌던 박미희 감독이 "이 선수가 우리 순서에 올 거라 생각 못했다"라며 큰 반가움을 드러낼 정도의 유망주였다.

그렇게 분홍 유니폼을 입은 정윤주는 어린 나이에도 당찬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돋웠다. 하위권으로 처진 흥국생명 팬들의 짙은 아쉬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 성장한 모습과 함께 2년차를 맞이할 그를 흥국생명의 비시즌 훈련이 한창인 경기 용인의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지난 6일 만날 수 있었다.

▶ '4표 차이'로 놓친 신인왕… "지난 시즌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KOVO

분주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정윤주의 표정은 밝았다.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부상들로 20세 이하 여자배구 대표팀은 물론 지난달 순천서 열린 2022 KOVO컵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다행히 그 여파는 크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 때는 발목, 컵 대회 때는 새끼손가락에 부상이 있었다. 발목은 완치 됐고 손가락도 2주 정도면 본 연습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때는 비시즌 개념이 없이 항상 경기가 있었다. 프로에 오니 정해진 비시즌에 몸을 만들고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길어 자기 배구에 집중할 수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훈련 소집 이전에는 절친들과 부산 여행을 다녀오는 등 알뜰히 시간을 쓴 정윤주다.

더욱 발전된 2년차 시즌을 꿈꾸는 '특급루키'는 지난 시즌 30경기, 80세트를 소화하며 공격 성공률 36.22%, 203득점을 기록했다. 팀 내 주포였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을 제외하고 3위에 해당하는 기록. 존재감 만큼은 고졸 신입생 수준을 뛰어넘은 그였다. '대구여고 삼총사'로 불린 절친 박사랑, 서채원(이상 페퍼저축은행)이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정윤주는 그렇게 홀로 자신의 이름을 배구 팬들의 뇌리에 새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커리어에서 한 번만 찾아오는 신인왕 기회는 살리지 못했다. 경쟁자였던 '중고 신인' 세터 이윤정(한국도로공사)에게 4표차로 밀리면서 석패를 안은 것. 정윤주는 "많이 아쉽다. 앞으로 수상 기회가 없을 상이지만 2위까지 올라갔다는 점에서 너무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렇지만 앞으로 쭉 미래가 펼쳐져 있으니 거기에서 (다른 상들을) 노려보면 된다"고 덧붙이며 젊은 선수답지 않은 의연함까지 뽐냈다.

이어 그는 지난 시즌 평점을 매겨달라는 요청에 "10점 만점에 7점"이라 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윤주는 "첫 시즌인 만큼 많이 부족했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실력이 쌓인다는 게 느껴졌다. 미래를 향한 기대치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즌"이라 말했다.

▶ "우와"부터 나온 롤모델 김연경, 스스로 꼽은 가장 닮고 싶은 점은

ⓒ정윤주 선수 개인 SNS

새 시즌을 앞둔 흥국생명에는 변화가 참 많았다.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은 박미희 감독이 팀을 떠나고 권순찬 감독이 새로이 부임했다. 무엇보다 팀 전력을 급상승 시킬 월드스타 김연경이 친정팀에 돌아오며 국내 무대 복귀를 알렸다.

정윤주에게도 이 변화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연경의 존재가 선수단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정윤주는 "보자마자 '우와'라는 말밖에 안 나왔다. 그냥 너무 멋있었다"며 첫만남을 회상했다. 이후 가까이서 월드클래스의 훈련을 지켜본 그는 "정말 톱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연경 언니를 보고 배구를 저렇게 하는구나 새삼 알게 됐다. 딱 연경 언니를 닮고 싶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가장 배우고 싶은 점은 무엇일까. 정윤주는 "경기 외적으로는 항상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모습, 분위기를 능숙하게 띄우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경기 내적으로는 공격도 되고 수비도 되는 점, 특히 연경 언니의 리시브 능력을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그의 지난 시즌을 되짚다보면 리시브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인상적인 공격을 연신 보여줬지만 수비에서 물음표가 붙었다. 이를 노리는 상대의 목적타 서브에 애를 먹으며 약점을 노출했고, 박미희 전 감독도 이 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강조했다. 당연히 이번 비시즌 정윤주의 최대 중점 포인트는 리시브다.

정윤주는 사실 고교 1학년까지 아웃사이드히터가 아닌 미들블로커 포지션을 소화했다. 고1 막바지 대회에 들어서 팀의 주 공격 비중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옮겨감에 따라 포지션을 바꿨다. 자신이 원래 선호하기도 했던 포지션이었기에 거부감은 없었지만 자연스레 수비에서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정윤주는 "그런 이유가 조금은 있다. 하지만 프로라면 그걸 극복해내야 된다"라는 당찬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리시브에서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운 정윤주다. 그는 "(임)명옥 언니 지난해 리시브 효율이 50%를 넘었다. 저는 한 30%만 되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정윤주의 리시브 효율은 14.36%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는 구슬땀을 흘리며 완성형 아웃사이드 히터를 꿈꾸고 있다.

"연차가 아닌 실력을 쌓아라" 후배가 생긴 '흥국생명 신성'이 꿈꾸는 새 시즌[인터뷰下]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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