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원내대표 선거서 나온 '이용호 40%'의 의미

조선일보 2022. 9. 2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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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후보인 주호영(왼쪽), 이용호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입당 9개월밖에 안 된 민주당 출신 이용호 의원이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42표를 얻으며 선전했다. ‘친윤’ 그룹이 지원한 주호영 의원이 전체 106표 중 61표를 얻어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지만, 이 의원이 받은 표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애초 이번 선거는 주 의원의 압승이 예상됐다. 친윤계는 법원 결정 때문에 비대위원장직을 잃은 주 의원을 선거 없이 원내대표로 추대하려 했다. 출마하려던 다른 의원 10여 명을 물밑에서 ‘교통정리’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와중에 이 의원은 “위기 상황에도 당이 너무 무기력하다. 저라도 메기가 돼야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 결과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친윤계 핵심 권성동 의원이 81표, ‘비윤’ 조해진 의원이 21표를 얻었다. 그나마 조 의원은 뿌리가 국민의힘이지만, 이용호 의원은 그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의원이 조 의원보다 2배를 더 득표했고, 주 의원과 표 차는 19표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의원의 40%가 친윤 그룹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당내에선 “이 의원이 그렇게 많은 표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윤핵관들의 ‘윤심 마케팅’이 역풍을 부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 출범 4개월이 넘도록 국민과는 아무 상관없는 자신들만의 권력 다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국민의힘에 대해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견해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내분은 선거 패배 등 외부 요인이 아니라 순전히 평지풍파, 자중지란이었다. 여권이 합심해 전 정부 실정을 바로잡고 국정을 개혁하길 기대했던 국민으로선 어이없는 모습이었다. 여당 내에도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런 민심과 같이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무리를 거듭하면서 선거에서 연전연승한 당은 마치 연전연패한 당의 몰골이 됐다. 이 전 대표는 도저히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솔하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내분을 격화시켜왔다. 어떤 충언, 고언도 듣지 않는다. 이제는 유엔에 제소까지 한다고 한다.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이용호 의원은 투표 전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저는 돌아갈 곳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이 아니라 윤 대통령과 친윤 핵심들, 이준석 전 대표가 해야 했을 말이다. 투표 결과가 나온 후에는 “국민의힘이 건강하고 희망적이라는 기대를 봤다”고 했다. 그의 말이 맞기를 바란다. 집권당은 국정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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