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불법 천지 감당할 수 있나

조선일보 2022. 9. 2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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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2022.09.15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의원 46명이 정의당 의원들과 공동 발의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법안은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이라도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가 아니라면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22개 입법 과제에 포함시켰고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통해 강행 처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 법안을 뜯어보면 불법을 조장하고 현행 노동법 체계를 뒤흔드는 등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폭력·파괴 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무조건 불법을 면책하자는 것이 아니고 폭력·파괴 행위로 발생하는 건 당연히 처벌하고 손해배상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발의안대로 하면 노조원들이 회사 점거 과정에서 회사 시설과 기물을 파괴하더라도 노조 차원에서 계획한 것이라면 개인에게 소송을 걸 수 없다. 또 ‘소송으로 노조 존립이 불가능해지면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도 달아 노조까지 빠져나갈 수 있게 뒷문을 열어두었다. 대형 폭력·파괴 사태를 일으켜 회사 손해액이 커질수록 노조가 소송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발의안대로 하면 8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은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독(dock) 점거, 지난해 현대제철 하청노조의 통제센터 점거, 화물연대의 잇단 물류 출고 방해 등 어느 것 하나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와 법조계 분석이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경우로 확대하고, 노동 쟁의 대상 범위를 넓히는 조항도 기존 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든다는 지적이다.

노란봉투법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19·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발의됐지만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입법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들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되더니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야당이니 기업과 노사 관계가 엉망이 되고 불법 천지가 돼도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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