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46] 퀸 메리의 인형집

영국 왕실 저택의 침실이다. 샹들리에, 가구, 카펫은 물론이고 시계, 거울, 심지어 경첩에 이르기까지 이 집의 모든 물건은 당대 영국 최고의 장인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손끝으로 만들었다. 실물 크기의 12분의 1로 지어진 ‘인형 집’이니 말이다. 사진 속 의자는 겨우 아기 주먹만 하다.
1921년 당시 영국 국왕 조지 5세의 사촌 마리 루이즈 공주가 메리 왕비를 위해 인형 집을 구상하고 영국 최고 건축가 에드윈 루티엔스(Edwin Lutyens·1869~1944)에게 총괄 디자인을 맡겼다. 3년 동안 최고의 화가들은 물론이고 조경사 거트루드 지킬, 보석 세공의 명장 파베르제와 카르티에 등 1500여 명의 명장들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이 저택은 배관과 전기 설비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욕실에서는 온수가 나오고, 수세식 변기가 작동하며,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뿐 아니라, 차고에 주차된 차량은 시동이 걸리고, 침대 매트리스 속에는 스프링이, 와인 창고에는 와인이, 식탁에는 은 식기가, 서재에는 셰익스피어 전집을 비롯한 우표 크기의 가죽 장정본 588권이 꽂혀있다. 내세에 이 집 인형으로 다시 태어나도 좋으련만, 이 저택을 선물받았을 때 메리 왕비의 나이가 50대 중반이었으니, 인형 놀이가 목적은 아니었다.
1차 대전 중 유럽의 많은 왕국이 사라졌지만, 메리 왕비는 강인하고 현명한 품성으로 국민과 고난을 함께하는 책임 있는 왕실의 기틀을 세웠다. 이 인형 집은 전후 ‘대영제국’의 굳건한 위상과 현대적 감각을 한눈에 보여주는 뛰어난 예술품이자 선전 도구였던 것. 얼마 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가 바로 메리 왕비의 손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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