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제국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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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제국주의, 이를 상징하는 대표 국가는 영국이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지역별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대영제국은 56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Commonwealth), 즉 '공동부를 지향하는 연합체'로 재편성됐지만 아직도 영국 국왕이 국가 수장인 나라가 이들 국가 중 15개국이나 된다.
19일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계기로 수 세기를 풍미한, 영국으로 대변되는 제국주의가 이제 종말의 시점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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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제국주의, 이를 상징하는 대표 국가는 영국이다. 15세기 시작된 대항해 시대를 발판으로 영국 제국주의는 19세기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오세아니아 등을 거느리는 ‘대영제국’으로 거듭나면서 절정기를 맞는다. 20세기 초반까지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통치했다 하니 그 위세는 미뤄 짐작할 만하다.
이런 영국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은 직접 식민통치를 겪지 않은 이유가 컸다. 일본을 상대로 한 비판과 적개심은 여전히 강한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기실 영국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병합된 역사의 막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나라 중 하나다. 한일병합의 직격탄은 일본의 러일전쟁 승리라 할 수 있는데, 당시 러시아와 ‘그레이트 게임(영토 전쟁)’ 중이었던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고자 동아시아 패권 확대를 노리는 일본과 손을 잡았다. 1902년 맺은 영일동맹은 일본은 중국·조선, 영국은 중국 등에서 이익을 서로 인정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동맹에 따라 영국은 러일전쟁 당시 흑해함대 출동을 막고 발틱함대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등 전투에서 최대한 힘을 빼게 해 일본에 힘을 실어줬다. 러시아를 쉽게 격파한 일본은 러일전쟁 직후인 1905년 11월 을사늑약을 체결, 영국 등의 묵인 아래 우리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하면서 사실상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했다.
영국 제국주의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다시 세계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지역별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대영제국은 56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Commonwealth), 즉 ‘공동부를 지향하는 연합체’로 재편성됐지만 아직도 영국 국왕이 국가 수장인 나라가 이들 국가 중 15개국이나 된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허울뿐인 조합이라 하더라도 영연방은 여전히 제국주의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부른다. 엘리자베스 2세 생전에는 온화하고 겸손한 그의 성품이 이런 비판을 상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더군다나 후임은 ‘세기의 불륜’으로 비난받은 찰스 3세다. 영국이 과거 식민지배 당시 탈취해간 다이아몬드를 되돌려달라는 남아공과 인도 국민의 목소리도 변화한 시대를 보여준다.
19일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계기로 수 세기를 풍미한, 영국으로 대변되는 제국주의가 이제 종말의 시점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왕은 떠났고, 제국주의 군주제도 끝나야 한다”는 마야 재서노프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해는 졌다.
이선정 신문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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