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지방소멸 위기, 희망은 있다

국제신문 2022. 9.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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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과 높은 수준의 과학 기술 덕분에 국내총생산 세계 10위, 국민총소득 세계 5위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방 도시 소멸 위기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방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도권과의 사회·경제적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국가의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지역 균형발전의 대안 중 하나는 도심융합특구를 조성하는 것이다. 산업과 기술 주거 기반시설 등을 융복합하는 도심융합특구는 비수도권 청년층의 이탈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지자체들은 시·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초광역권(메가리전·mega region)’ 도시를 추진 중이다. 메가리전이란 노동과 자본이 비용에 따라 재배치되는 ‘도시 및 주변 교외 배후 지역 통합체’를 의미한다. 대도시와 주변 지역이 환경 경제 인프라 등을 상호 연계해 생활권이 확장되고 더욱 기능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초광역권 도시의 매력이다.

‘초광역 도시(메가시티) 구축’에 가장 두각을 보이는 곳이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 지역이다. 부울경은 산업 트렌드 변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이탈하면서 소멸 위기를 크게 실감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부울경이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주요 거점 도시 중심의 초광역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면 인구 1000만 명에 가까운 대도시권을 형성하게 된다. 실제로 이들 지자체는 세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경제권으로 묶는 특별지자체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을 추진 중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형성된다면 경제적 이득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로는 연계를 통한 관광 산업의 시너지다. 부산의 해양자원, 경남과 울산의 지리산 및 영남알프스를 연계하면 해안과 산악에 걸쳐 넓은 관광벨트가 형성된다. 또한 역사 문화 유적지와 자연환경을 활용한 문화체험 관광 인프라 구축도 가능하다.

두 번째는 지역별 특화산업의 동반성장이다. 부울경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의 제조업 중심 산업이 경제 기초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권역 경제가 더불어 상승할 수 있다. 산업 유사성에 기반해 탄탄한 산업벨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세 번째는 특화산업 협력 분야 활성화이다. 부산은 지능정보서비스, 울산은 조선해양 및 첨단화학신소재, 경남은 나노융합 부품 및 항공 분야에 강점이 있다. 지능형기계부품(부), 친환경자동차부품(울), 지능형기계(경) 등 특화된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한다면 초광역협력을 기반으로 경제적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수소 생태계 조성, 해상풍력 발전 클러스터 조성 등 미래 신산업 육성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시킬 수 있다.

이처럼 메가시티 조성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훌륭한 사업모델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징진시도시군, 장강 삼각주 지역 등의 10대 도시권 구성이 탄탄하게 협력구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America2050’ 전략을 수립하면서 국토 공간의 성장 관리를 위한 메가리전을 제시하여 샌디에이고 대도시권 중심의 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메가시티 구축은 지방 소도시들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좋은 모델이다. 비수도권의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자체적인 운영자립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시키는 한편, 지역 경제를 넘어선 대규모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주요 대도시권의 경제 규모는 웬만한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압도할 정도다. 대도시권이 개별 국가를 넘어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도 부울경을 필두로 전국에 다양한 메가시티를 구축하여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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