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가루용 쌀' 재배 확대해 쌀 소비 늘려야
벼 수확 철이 다가왔지만 익어가는 벼를 보는 농민은 마냥 즐거운 표정은 아니다. 올해 쌀 재배 면적 증가와 풍년으로 생산량은 늘었지만 소비량이 줄면서 쌀값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지난해 56.9㎏으로 39% 감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45.8%, 쌀과 밀을 비롯한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대내외 환경에 따라 언제든 식량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자급이 가능한 쌀을 일정량 이상 생산·소비하는 것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 기후·토지 여건상 쌀은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작물이자 농민의 주 소득원이기 때문에 현 생산 수준을 유지하되 소비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쌀 과잉 공급 대책의 하나로 가공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가루용 쌀’인 분질미(粉質米)를 선보였다. 기존의 쌀은 가루로 쓰려면 물에 불려야 하지만, 분질미는 밀처럼 부숴져 바로 가루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전분 구조가 밀가루와 비슷해 빵이나 떡 같은 가공 식품을 만드는 데 편리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일반 벼 재배 면적 4만2000㏊(헥타르)를 분질미 재배지로 바꿔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를 분질미로 대체,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분질미 품종 개량 작업으로 무리 없이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쌀 가공 식품도 선보여야 한다. 또 쌀 도정·제분 과정에 적절한 지원을 통해 밀가루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 분질미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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