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을 위한 변명[2030세상/배윤슬]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2022. 9. 20. 03: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경기 안산의 한 서점에서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출간한 김예지 작가와 함께 북 토크를 하며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다른 일이 필요했고, 그래서 청소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36년간 한 회사에 다녔던 아버지와 잘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주변의 걱정을 샀던 어머니만 봐도 알 수 있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기 안산의 한 서점에서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출간한 김예지 작가와 함께 북 토크를 하며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다른 일이 필요했고, 그래서 청소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청소 일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고,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꿈도 이뤄 가고 있으며 강연 활동, 새로운 책 준비 등도 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도배 일을 하며 책을 출간한 뒤 강연이나 방송 등 활동을 병행하며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런 우리를 ‘N잡러’라 부른다.
우리 주변에서는 과거보다 쉽게 N잡러를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부모님 세대에는 N잡러는커녕 전혀 다른 직종으로의 이직조차 평범하게 보지 않았던 시선이 존재했던 것 같다. 아마도 직업이 그 사람의 정체성 그 자체였기 때문이 아닐까. 36년간 한 회사에 다녔던 아버지와 잘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주변의 걱정을 샀던 어머니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왜 N잡을 하게 되었을까? 일차적으로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연봉이 더 높은 회사로 이직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왜 N잡일까. 그 이유는 현재의 직업이 평생 직업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다른 길을 열어놓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든가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없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과거에는 안정성이 보장되었던 일이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에 우리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세상이 변할 때마다 안정적인 수입이나 현재의 일을 아예 포기하고 새로운 일에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한번 실패를 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미래 변화에 대비하여 여러 갈래의 길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일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더 이상 직업이 나라는 사람을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내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가장 주된 직업은 도배사이지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도배사라는 획일화된 이미지에 나를 가두고 싶지는 않다. 수백, 수천 명의 도배사 중 한 명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도배사일 뿐이다. 또한 나는 내가 도배를 시작한 이유를 포함해 일을 하며 경험한 것들과 생각하고 느낀 것 등 좀 더 자세한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만들고 책도 쓰고 최근에는 영상까지 제작해 게재하고 있다. 이처럼 내가 가진 직업이 곧 내가 아니기에, 여러 직업을 가지고 여러 창구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직업이나 직장에 몰두하지 못하고, 끈기와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불안한 마음, 그리고 우리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 N잡이 아닐까?
우리 주변에서는 과거보다 쉽게 N잡러를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부모님 세대에는 N잡러는커녕 전혀 다른 직종으로의 이직조차 평범하게 보지 않았던 시선이 존재했던 것 같다. 아마도 직업이 그 사람의 정체성 그 자체였기 때문이 아닐까. 36년간 한 회사에 다녔던 아버지와 잘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주변의 걱정을 샀던 어머니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왜 N잡을 하게 되었을까? 일차적으로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연봉이 더 높은 회사로 이직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왜 N잡일까. 그 이유는 현재의 직업이 평생 직업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다른 길을 열어놓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든가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없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과거에는 안정성이 보장되었던 일이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에 우리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세상이 변할 때마다 안정적인 수입이나 현재의 일을 아예 포기하고 새로운 일에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한번 실패를 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미래 변화에 대비하여 여러 갈래의 길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일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더 이상 직업이 나라는 사람을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내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가장 주된 직업은 도배사이지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도배사라는 획일화된 이미지에 나를 가두고 싶지는 않다. 수백, 수천 명의 도배사 중 한 명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도배사일 뿐이다. 또한 나는 내가 도배를 시작한 이유를 포함해 일을 하며 경험한 것들과 생각하고 느낀 것 등 좀 더 자세한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만들고 책도 쓰고 최근에는 영상까지 제작해 게재하고 있다. 이처럼 내가 가진 직업이 곧 내가 아니기에, 여러 직업을 가지고 여러 창구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직업이나 직장에 몰두하지 못하고, 끈기와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불안한 마음, 그리고 우리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 N잡이 아닐까?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尹-바이든-마크롱-일왕…세기의 장례식, 세계 화합의 장으로
- 尹, 英여왕 장례식후 조문록 작성…“외교홀대 폄하 시도 유감”
- [단독]스토킹 가해자 81% 접근-연락금지 안지켜...피해자 보호 '구멍'
- [단독]美 공군 단 2대 뿐인 정찰기 오늘 서해상 출격
- ‘신당역 살인’ 전주환, 양면 점퍼에 장갑도 착용…장기간 범행계획 정황
- [김순덕의 도발]여왕님은 민주적인데…대통령들은 왜 제왕적일까
- “19표 차 예상못해”…與선거, 윤핵관 분화로 주호영-이용호 접전
- 민주, 정기국회 입법과제 7개로 압축…‘이재명표’ 법안들 전면 등장
- [단독]깡통전세, 오피스텔로 번져… 떼인 보증금 7월까지 570억
- ‘부울경 메가시티’ 백지화…경남지사 “부산 중심의 빨대 효과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