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프리즘] 카카오T, 언제까지 의심할건가요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22. 9. 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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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카카오가 자사의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장거리 승객 골라 태우기'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서울시는 자체 실태조사를 거쳐 이런 문제점을 발견, 조사 결과를 공정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골라 태우기'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실태조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 중 일부가 '장거리 목적지를 선택한 승객'만 골라 태우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사진은 24일 서울역에서 주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2022.2.24/뉴스1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핵심인 '알고리즘'은 종종 의심받는다. 기존 시장 주체나 특정 진영의 기득권 훼손 우려가 커지면 의심의 강도도 세진다. 갈등이 고조되면, 종국엔 사실관계 보다는 엉뚱한 책임공방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은 여야 양쪽에서 공격받고 숱한 정치적 논란을 초래했다.

최근 카카오T 택시 알고리즘의 배차 차별논란도 그 연장선에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가맹택시에 대한 이른바 '콜 몰아주기' 논란에 직면하자 지난 1월 대한교통학회 등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를 구성했다. 기업의 핵심기밀인 알고리즘을 소스코드와 산출 데이터까지 전수조사하는 초유의 검증작업이었다. 최근 위원회는 지난 6개월간 콜 데이터 17억건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T 알고리즘에 가맹, 비가맹 택시간 차별요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리어 피해를 호소했던 비가맹택시에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콜이 더 많이 발송되는 유리한 결과가 도출됐다. 그동안 콜몰아주기 의혹과는 180도 다른, 어찌보면 허무한 결과다.

앞서 택시업계는 최초 AI 배차 단계에서 '배차수락률' 차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가맹택시에 유리하다고 주장해왔다. 강제배차가 이뤄지는 가맹택시의 배차수락률이 콜을 선택할 수 있는 비가맹 택시보다 높고, 이에 AI 배차 단계에서 가맹택시가 콜을 먼저 낚아챈다는 의심이었다. 그러나 조사결과 알고리즘 추천배차는 전체 배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로 미미했다. 나머지 99.4%는 거리순 즉 예상도착시간에 따른 방식이었다. 배차수락률을 반영한 것을 차별로 보기도 어렵다. 승객 편의를 위한 조치이자 성실하게 콜을 수락한 기사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더욱이 실제 배차결과 비가맹 택시에도 콜이 충분히 발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시간 대기하면 가맹택시는 평균 12건, 비가맹 택시는 100건을 받았다. 목적지가 가려진 가맹택시에 비해 목적지를 골라가는 비가맹택시가 더 많은 콜, 더 수익성 좋은 콜을 가져간다는 사실만 뚜렷하게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차별론을 제기했던 서울시와 공정위, 택시업계 주장이 이번 검증결과로 사실무근임이 드러난 것이다.

애시당초 목적지를 보고 콜을 고르면 배차수락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기에 이를 알고리즘 탓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과 함께 이탈률이 커졌다. 비가맹기사들이 처리하지 않는 단거리콜 즉 '똥콜 처리반'이 됐다는 자조다. 가맹택시는 운임의 3~5%를 카카오모빌리티에 가맹료로 내고 있다.

그럼에도 주요 택시단체는 카카오가 꾸린 위원회여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고 조사 데이터도 특정시기로 한정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위원회는 대한교통학회와 서울대 AI 연구원 등 중립적 기관들이 추천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최소한의 실비외에 대가를 받지 않았고 학자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데이터 선정과 검증까지 엄격한 자세를 견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무작정 옹호하려는게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가맹택시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심판이 선수로뛴다는 오해를 자초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번 콜몰아주기 논란은 카카오에 대한 업계의 불신을 넘어 일선 택시기사들의 불합리한 처우와 낮은 수입이 근본 원인이다. 알고리즘 탓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약속한 상생안을 지속해 택시 종사자들과 바람직한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한다. 아울러 정부 당국은 택시기사들이 비선호 단거리콜을 기피하는 근원 원인인 낮은 택시요금과 악명높은 사납금 제도를 대수술하고 기사들의 실질 수입을 높여야한다. 서울시가 최근 심야 택시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나 국토교통부의 탄력요금제 검토는 그래서 서둘러야한다.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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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searc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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