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가이드라인 행정의 명암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은 2015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마다 2~4건의 법률적 위임조항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제정하고 이를 인허가 조건과 연계하는 방법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방송통신 분야만이 아니라 최근 정부 전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소위 가이드라인 행정이 대세라고 할 정도다. 가이드라인은 무엇이며 법적 성격은 어떻게 봐야 할까.
행정부가 행정작용을 하는 방식에는 크게 구체적 사안에 대한 처분을 행하는 방식과 일반적인 규범을 제정하는 방식이 있는데 후자를 행정입법이라고 한다. 행정입법에는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이 있다. 법규명령이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위임명령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발하는 집행명령으로 나뉘는데 이는 대국민적 효력을 지닌다. 행정규칙은 훈령·지시·고시·지침 등의 형태며 행정 내부에 대해서만 효력을 가진다. 가이드라인이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법적 구속력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보통 가이드라인이란 행정기관이 일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준과 절차를 정한 규범으로 그 법적 성격은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라고 할 수 있다. 행정지도란 행정기관이 행정객체에 대해 권력적·법적 행위에 의하지 않고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제·유도수단으로서 협력을 구하는 행정작용으로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도 의무불이행이 아니어서 제재가 따르지 않고 사실행위에 불과해 쟁송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가령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망중립성 해설서는 관련 법령 및 규정이 본 해설서에 우선하며 본 해설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
다만 행정지도로서 가이드라인의 경우에도 일정한 법적 행위에 대한 사실상의 세부적인 평가기준으로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방송사 재허가 시 조건으로 외주프로그램 제작비 산정 및 지급 등의 가이드라인 준수의무를 부여했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조건 불이행이 되고 결국 허가취소로 이어지게 되므로 동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과 정부의 니즈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법령은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실제 집행이나 법 준수를 위해서는 해석이 필요한데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법령상 기준을 보다 용이하게 준수할 수 있는 상세한 안내서인 가이드라인을 원하게 된다. 정부도 법령집행 시 재량의 오남용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내부기준을 정할 필요성이 있고 이는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 플랫폼, 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의 경우에는 법적 규제가 자칫하면 신기술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정의 자율규제수단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경우 금융, 개인정보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는 법규제 대신 가이드라인 작업이 진행된다.
원칙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등장하게 된 원인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세계를 법률로 모두 사전에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부의 적정한 재량행사도 보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에 준하는 효력을 지니게 된다. 이처럼 가이드라인의 사실상 법적 강제력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 다음 중요한 것은 가이드라인에 대한 통제다.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지 여부 등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 전체적으로 가이드라인 통제에 관한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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