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난방하면 감옥 간다는 유럽

김현석 2022. 9. 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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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올겨울 실내 온도를 19도 이상 높이면 최대 3년 징역에 처하는 법을 추진한다'는 기사(9월 7일, 영국 데일리메일)를 봤다.

겨울에 춥기로 유명한 스위스가 이러는 건 에너지 위기 탓이다.

유럽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에너지의 27%를 가스에서 얻었고, 그중 55%를 러시아에서 구해 썼다.

하지만 길게 보면 독일 등 유럽 정치의 치우친 에너지 정책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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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뉴욕 특파원

‘스위스가 올겨울 실내 온도를 19도 이상 높이면 최대 3년 징역에 처하는 법을 추진한다’는 기사(9월 7일, 영국 데일리메일)를 봤다. 겨울에 춥기로 유명한 스위스가 이러는 건 에너지 위기 탓이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모조리 끊으면서 발생한 일이다.

유럽은 그동안 필요한 천연가스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유럽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에너지의 27%를 가스에서 얻었고, 그중 55%를 러시아에서 구해 썼다.

독일 산업계는 2011년 러시아를 잇는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1’이 완공된 뒤 큰 혜택을 누렸다. 값싼 가스를 쓰면서 온실가스 감축이란 명분도 얻었다. 하지만 이제 에너지 가격은 치솟고, 많은 독일인은 겨울을 대비해 장작 난로를 사고 있다. 유럽은 경기침체 속에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극한 상황을 맞을 판이다.

 겨울이 두려운 유럽

이번 겨울은 혹독할 것이다. 오는 12월 5일 유럽의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와 함께 주요 7개국(G7)의 유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유가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유가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에 대한 공급을 끊겠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치열하게 가스를 구해온 유럽의 가스 저장량은 80%를 넘었다. 10월 말이면 9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다음 운명은 겨울 날씨에 달렸다. 만약 예년보다 춥다면 가스 저장고는 겨울이 지나기 전 바닥날 것이다. 이번 겨울을 잘 넘긴다고 해도 위기가 끝나는 게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봄 유럽의 가스 저장량이 22%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또다시 가스 사재기에 나서야 하고, 에너지 가격은 더 오를 것이다.

이번 위기는 짧게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됐다. 하지만 길게 보면 독일 등 유럽 정치의 치우친 에너지 정책 탓이 크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빨리 맞추려다 보니 값싸고 얻기 쉬운 러시아 에너지에 ‘중독’된 것이다. 미국은 지속해서 안보 위협을 경고했지만, 유럽은 흘려들었다.

 에너지 정책 길게 봐야

올겨울 한국도 위기를 겪을 것이다. 유럽과의 가스 쟁탈전 속에 아시아 가스 가격도 치솟았다. 8월 월간 최대 무역적자를 낸 원인 중 하나다. 물론 한국에선 실내 온도를 높였다고 감옥에 가는 일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었다. 1990년대부터 나오던 시베리아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려는 구상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당시 “러시아 가스가 북한을 거쳐 한국까지 올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조하지 않아 실행되진 못했다. 이게 실현됐다면 러시아는 벌써 가스 공급을 끊었을 것이다.

한국은 서방 주도의 경제 제재에 동참한 ‘비우호국’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전에 남북한 관계 경색으로 벌써 중단됐을 것이다. 우리도 겨울 난방 온도를 높이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목받는 건 원자력 에너지다. 녹색당까지 포함된 독일 연립정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남은 세 곳의 원전 중 두 곳을 폐쇄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 원자력은 주요 발전원 중 발전 비용이 가장 낮고 탄소배출량도 적다. 이런 에너지를 포기하고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려던 게 우리의 과거다. 에너지 정책은 길게 보고 짜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온 국민이 장작 난로를 때야 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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