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박재범이 보여준 MZ소비 공식

김기정 2022. 9. 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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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MZ세대 소비란다.

X세대 아저씨 기자의 하루는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어쩌고저쩌고'라는 보도자료를 읽는 일로 시작한다.

1990년대 중반 한겨울에 반팔을 입은 채 압구정 거리에서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이성에게 오렌지를 건네주는 젊은이들을 보며 당시 아저씨(혹은 아줌마) 기자들은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뜻에서 'X'세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어줬다. 그 X세대가 중년 아저씨가 돼서 보니 MZ세대 소비는 더 알 수 없는 미지의 'XXX' 영역이다.

박재범 소주를 취재하면서 MZ세대의 고난도 소비 방정식이 풀리기 시작했다. GS25에 따르면 박재범 소주 구매의 70%가 MZ세대다.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 스피릿'은 참이슬·처음처럼보다 6배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이런 경제적 비합리성을 MZ세대는 '가심비'라는 용어로 합리화한다.

MZ세대에게 '소비'는 자기 취향을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박재범 소주가 품절 사태를 이어 가며 희귀템(희귀한 아이템) 반열에 들자, MZ소비자는 구매한 '과정'을 인증샷으로 남긴다. '희소성'은 구매 과정의 스토리를 만들고, '인증'을 통해 MZ소비자는 그 서사의 한 부분이 된다.

기업이 MZ세대 소비에 주목해야 이유는 이들의 '전파력' 때문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MZ세대의 소비문화 전파력은 그들을 '트렌드 세터'로 만들기 충분하다.

MZ세대의 소비를 관통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진정성'이 떠오른다. 박재범 소주엔 박재범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 박재범이 2018년 낸 앨범 이름이 소주(SOJU)였다. 이어 소주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모월'이라는 양조장과 손을 잡는다. 모월은 원주 쌀 토토미로 술을 만들어 2020년 대통령상을 수상한 업체다. 원주 쌀은 일반 소주에 사용하는 수입산 타피오카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원주 쌀로 만든 박재범 소주에선 막걸리 향이 난다. MZ세대는 싱글몰트 위스키에 열광하고 포도 품종을 따져 가며 와인을 마시는 소비자들이다. '술'의 원재료가 주는 맛과 향을 음미하는 세대다.

박재범 소주 열풍은 계속될 것인가. 이 역시 박재범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MZ세대는 브랜드 로열티가 떨어지기로 유명하다. 어제는 좋다가도 한순간에 마음이 돌변한다. 박재범 소주의 진정성이 사라지고 마케팅만 남는 순간 MZ소비자는 박재범 소주를 외면할 것이다.

[유통부 = 김기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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