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입시지옥 vs 급식지옥

2022. 9. 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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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처럼 입시 스트레스 없지만
짜고 단 음식 먹이는 영국학교
건강 갈수록 나빠져 걱정 태산

한국에서 10년 넘게 사는 동안 한국인과 결혼해서 어린 자녀를 둔 많은 서양인을 만났다. 그들은 나에게 한국 입시 교육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었다. 그래서인지 자녀들이 입학할 나이가 되면 그들 가족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맞닥뜨리게 될 또 다른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학교 급식'이다.

영국 음식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비웃기 전에 학교 급식 문제는 맛없는 영국 음식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급식이 최악의 방향으로 미국화된 것이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급식은 단조로운 맛이었지만 영양적인 면에서는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졸업하고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하는 사이 학교 급식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오늘의 급식 메뉴를 물어보기가 두려운 수준이다. 메뉴는 주로 소시지가 들어간 페이스트리류에 감자튀김이나 마늘빵이 곁들여진다. 그리고 후식으로 시럽을 잔뜩 부은 푸딩, 아이스크림, 케이크, 젤리 등이 제공된다.

한국에 거주하는 동안 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부모 참여 수업에 가볼 기회가 많았는데, 방문할 때마다 점심시간에 제공되는 급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물론 가끔씩은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한 육류가 나오고 염분 함량이 우려되는 반찬도 있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내가 목격한 음식은 밥, 두부, 나물, 김, 김치 등으로 구성된 건강한 음식이었다. 후식도 대부분 과일 종류이거나 생략될 때가 많았다.

영국에서는 이제 학교 급식에 대한 철학이 사라진 것 같다. 급식 담당자들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모든 아이가 잘 먹는 메뉴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기에 급급한 듯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설탕과 소금이 많이 들어간 메뉴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영국 학교 주방에는 오븐 시설이 많으니 오븐에서 간단히 데울 수 있는 메뉴가 더 많다.

인기 셰프 제이미 올리버는 2005년부터 영국의 학교 급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는 급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관련 부서 장관들을 수차례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영국 아동 비만율은 지난 3년 동안 5%나 증가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집에 돌아와서 기름진 음식과 설탕이 잔뜩 들어간 급식 메뉴를 듣고 충격받는 내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한국 학생들과 학부모가 겪어야 할 학업량의 압박과 학원 시스템에서는 벗어났지만, 우리 아이들이 학교 급식으로 무엇을 먹었을지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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