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참위의 5줄짜리 해외출장보고서, 국민 세금이 눈먼 돈인가

2022. 9. 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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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2018년 말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이하 사참위)의 활동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사참위는 100명 안팎의 인력을 운용하면서 3년9개월 동안 국민 세금을 540억원 이상 사용하고 이달 10일 활동을 종료했다. 그런데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사참위 예산 사용내역 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한 것을 보면 이해 못 할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참위는 10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갔는데 그 보고서가 한심할 정도로 엉성하다. 정말로 필요해서 간 출장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가습기 사건에 관해서는 2200만원 정도를 들여 인도·영국 출장을 갔는데 현지에서 조사 대상자가 면담을 거부하자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다. 세월호와 관련해선 5차례 해외 출장을 갔는데 그중 2020년 러시아·폴란드 출장의 경우 보고서가 달랑 70자 분량의 5줄뿐이다. 2019년 런던 출장도 12일 동안 체류했는데 보고서는 달랑 1장뿐이다.

사참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제정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2018년 12월 출범했다. 당초 활동 기간은 최대 2년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020년 말 특별법을 개정해 활동 기한을 연장했고 그사이 사참위는 인건비로만 184억원을 지출했다. 결론은 허탈하다. 사참위 최종 보고서를 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외력(外力)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하나 마나 한 말을 적어놓았다. 심지어 '외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음모론에 집착하는 문구도 남겨놓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은 6년 동안 고작 세 차례만 열릴 정도로 지지부진한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사참위 조사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참위가 이 사건에 대해 새롭게 입증해낸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금을 낭비하면서 피해자들의 속만 태워온 셈이다. 감사원은 사참위의 이런 행태를 낱낱이 따져본 뒤 위법행위가 발견된다면 빠짐없이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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