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23] 분노를 지우면 그 안에 외로움이 있다
“인간을 점점 만나기 싫어집니다. 주위에 3~4명만 있으면 될까요?”란 질문을 들었다. 우스개로 “3~4명이면 너무 많지 않나요? 양보다 질이죠. 한 명만이라도 제대로 있다면 충분합니다”라 답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풀렸지만 ‘셀프 거리 두기’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 전에는 뭉쳐 사는 것이 당연하다 싶었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경험하면서 ‘거리 두기 삶’이 자기에게는 더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마음이란 시스템에 모순적인 특징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자유와 연결이란 욕망의 공존이다. 자유와 ‘타인과의 연결을 통한 친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일시적 경험으론 가능해도 지속되긴 어렵다. 예를 들면 축구 경기처럼 공동의 목표를 향해 팀워크를 발휘할 때 자유와 동지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시간이 지나면 갈등과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로 다른데 가까워지니 부딪침이 발생하는 것이다.
요즘 외롭다는 사람보다 ‘화’를 참지 못해 힘들다는 이들이 더 많다. 꼭 누가 미워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2차 감정 반응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도 화가 나는 경험을 한다. 불안이나 외로움 같은 여러 감정이 분노 반응으로 전환될 수 있다. ‘관계 불만족’이 분노 반응을 증폭시킨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 고립된 외로움을 느끼면 상대적으로 작은 자극에도 분노 반응이 크게 일어났고, 실제로 뇌 안에서 분노를 담당하는 영역의 크기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뇌를 가진 구성원이 많은 조직은 관계 갈등이 증가하고 업무 협력도 어려워진다.
직장 내 구성원 간에 ‘친밀한 관계’가 존재할 때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협업도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개별적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시기이지만, 그만큼 외로움을 더 느끼기 쉽고 그 외로움은 분노 반응의 증가와 업무 몰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 형성이 업무에 도움이 되지만 숙제처럼 접근하면 마음에 저항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조직 내 친밀한 연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유사점’ 찾기가 있다. 오랜 시간 우정을 지속시키는 요소로서 초기 만남에서 서로의 유사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가 있다. 그래서 조직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을 때 전공 영역 등 드라이한 정보만 공유하지 말고 취미 같은 개인의 삶의 구체적 내용을 최대한 화려하게 소개하는 것이 유사점 찾기에 도움이 되어 친밀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사생활의 침범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직장 내 무관심에 따른 외로움은 업무량 이상으로 번아웃의 직접적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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