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품은 레드..블랙은 처음이지?
홈 유니폼, 호랑이 무늬 등 ‘강렬’
원정 옷은 검정 배경·삼태극 조합
디자인 바뀔 때마다 팬들 ‘호불호’
월드컵 성적 따라 재평가되기도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오는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입고 뛸 유니폼이 공개됐다. 대표팀 용품 후원사 나이키는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서클81에서 새 유니폼을 발표했다.
9월 A매치 벤투호에 소집된 황희찬(울버햄프턴), 조규성(전북), 권창훈(김천)과 여자대표팀 지소연(수원FC), 김혜리(현대제철)가 유니폼을 착용하고 모델로 나섰다. 파울루 벤투 남자대표팀 감독은 “디자인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팀에 새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더 강인해진 레드, 도깨비
한국 축구대표팀 홈 유니폼은 전통적으로 붉은색으로 표현돼 왔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레드의 명도는 낮아졌지만 더 선명해져 강렬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목 칼라와 대한축구협회 로고 등을 검은색 포인트로 더해 강한 느낌을 부각시켰다. 나이키는 “(컬러는) 두려운 존재 없이 거침없이 맞서는 도깨비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번의 유니폼에서 빠지지 않고 담겼던 호랑이 무늬도 들어갔다. 어깨에 호랑이를 상징하는 물결무늬 패턴으로 용맹함을 디자인으로 녹였다.
황희찬은 “도깨비와 호랑이를 생각하면 어떤 상대도 두려움 없이 맞서는 이미지인데, 그 힘을 갑옷처럼 입고 용맹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월드컵 때)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상의와 하의가 만나는 지점에는 열정과 투지를 의미하는 ‘도깨비의 꼬리’ 그래픽이 완성되는 것도 숨은 포인트다.
■ 첫 ‘블랙’, 원정에서 입는다
이번 대표팀 유니폼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블랙’이다. 그간 대표팀 유니폼은 주로 빨강과 파랑, 그리고 흰색이 많이 쓰였는데 이번에는 검은색이 많이 쓰였다. 흰 유니폼이 주를 이루던 원정 유니폼은 아예 블랙 컬러로 나왔다. 한국 축구대표팀 원정 유니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기준으로 이전에 주로 파랑, 이후로는 줄곧 흰색으로 제작돼 왔다. 흰색과 파랑이 아닌 원정 유니폼이 제작된 건 1995~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예선 당시 입었던 남색 유니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변화다.
‘블랙’ 원정 유니폼은 하늘, 땅, 사람의 조화를 상징하는 한국 전통 문양 삼태극 색깔 빨강, 파랑, 노랑을 물감으로 흩뿌리듯 넣었다. 나이키는 “삼태극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전 세계로 퍼지는 한류를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 호불호 갈린 디자인, 월드컵 이후엔?
2년 주기로 발표되는 축구대표팀 유니폼의 디자인은 제한된 고유의 팀 컬러 및 문양, 상징성을 대표팀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다.
과거 대표팀 유니폼에 익숙해진 팬들의 시선을 한번에 만족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 대체로 유니폼 첫 출시 때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번에도 일단 공개 직후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은 편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앞선 유니폼이 이상하다고 해도 차라리 그게 낫다’ ‘탁구, 배드민턴 유니폼 같다’ ‘흰색 유니폼이 사라진 게 아쉽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본선 진출국 유니폼을 평가하는 외신에서도 ‘워스트’에 들지는 않지만 ‘베스트’에도 포함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대표팀 유니폼 디자인의 성공 여부는 나중에 재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월드컵 성적과 선수들의 활약으로 유니폼의 이미지가 180도 달라지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유니폼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0년 미국 ESPN은 역대 월드컵 최악의 유니폼 톱10에 2002년 한국 유니폼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월드컵 4강 추억을 안은 한국팬들은 ‘최고의 유니폼’으로 손꼽는다.
원정 첫 16강 역사를 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입었던 유니폼도 호평을 받지 못했으나 월드컵 호성적을 계기로 사랑받았다.
조규성은 “처음 온라인으로 접했을 때와 달리 실물을 보니 예쁘다. 어서 빨리 팬들 앞에서 입고 뛰고 싶다”고 했다. 내년 여자월드컵에 도전하는 대표팀 베테랑 지소연은 “새 유니폼으로 좋은 기운을 얻어 대표팀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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