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도 광주구간' 막혀도 너무 막힌다
서비스 평가 최하위 'F등급'
서광주~동림 정체 전국 3위
광주 북구 운암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찬수씨(39)는 출퇴근 시간이 되면 짜증부터 치민다. 광산구 하남산단에 있는 직장까지는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13㎞, 평소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매일 출퇴근 시간만 되면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져 45분 이상이 소요돼서다. 박씨는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출퇴근 시간만 2시간씩 잡아먹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도로를 확장하든지, 새로 짓든지 정부나 지자체에서 빨리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극심한 차량 정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호남고속도로 광주 관통 4차로 4개 구간(동광주~용봉, 용봉~서광주, 서광주~동림, 동림~산월)이 고속도로 서비스 등급 평가에서 최하위 ‘F등급’을 받았다. 고속도로 서비스등급 기준상 4차로는 하루 평균 8만대를 초과하면 F등급을 받는다.
광주를 관통하는 이 구간들은 2017년부터 매년 하루 평균 10만대 이상을 유지하다 2021년 들어서는 10만7546대로 11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서광주~동림은 비수도권 중에서 통행량이 가장 많은 구간이다. 수도권 제1순환선인 하남~상일, 서운~중동 구간에 이어 전국 3번째로 차량 정체가 심각하다. 이 구간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2만2967대가 통행했다.
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이 5년 연속 최악의 차량 정체 구간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것은 광주지역 고속도로 교통 정체 해소에 투입되는 예산이 적다는 데 있다.
도로공사는 2008년부터 고속도로 정체 구간을 선정하고 3년 단위로 ‘고속도로 차량정체 개선계획’을 세워 2021년까지 총 89조8517억원을 투입했는데 호남고속도로에는 2086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같은 기간 수도권 제1순환선에 투입된 40조2292억원의 0.5% 수준이다.
1㎞당 사업비로 살펴봐도 중부선은 1조2682억원, 수도권 제1순환선 2237억원, 경부선 1230억원 등이지만 호남고속도로는 71억7000여만원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통 정체 구간에 대한 예산은 안내판 추가 설치나 안전봉 개·보수 등에 쓰일 뿐, 실질적 도로 개선을 위한 확장 공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호남고속도로 동광주~광산 구간은 2010년부터 확장공사가 계획됐지만 사업비 부족으로 13년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조오섭 의원은 “고속도로 교통정체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발생한다는 이유로 예산도 수도권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다”며 “도로공사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만성적인 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호남고속도로 개선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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