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외교 강조했는데..윤 대통령 '참배 불발'에 준비 소홀 논란

장례식 끝난 뒤 조문록 작성
대통령실 "왕실과 조율된 것"
야당 "도대체 영국에 왜 갔나"

조문록 작성하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국 정상들 조문 속 운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19일(현지시간) 장례식이 치러지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관 뒤에는 찰스 3세 국왕 등 왕실 일원들이 따르고 있다. 관이 입장하자 각국 정상들과 영국의 전직 총리 등이 일제히 일어나 목례를 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국장 참석 일정을 두고 사전준비 소홀 논란이 일고 있다. 예정된 참배 일정 대신 하루 지나 조문록 작성을 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영국 측 안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그러려면) 영국에 왜 갔느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순방에 동행 중인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한 호텔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여왕 국장 거행 이후 왕실에서 배려해 주는 장소에서 조문록을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록 작성은 이날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국장과는 별개로 조의를 표하고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다. 국장 전까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시신이 안치됐던 웨스트민스터 홀이 참배와 조문록 작성이 이뤄지는 장소였다.

당초 윤 대통령은 런던에 도착한 전날 참배와 조문록 작성을 염두에 뒀지만 국장 뒤에 조문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일정이 최종 조율됐다. 김 수석은 ‘참배 불발’에 대해 “(순방) 일정을 조정해 더 일찍 영국에 도착하면 좋았겠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서 “런던의 여러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서, 어제 오후 2~3시 이후에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을 하도록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영국 측이 정상 등의 도착 시간에 따라 조문 일정을 조정한 것을 두고 “저희 추정으로는 교통 사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교통 때문에 안전이나 원활한 안내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영국 왕실에서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 일정 준비 과정에서 실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 측 의전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결과라며 ‘홀대’ 논란도 일각에서 불거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전날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참배를 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조문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만큼 사전에 세부 일정이 조율됐어야 한다는 취지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은 ‘조문 외교’를 강조했지만, 교통 통제를 핑계로 조문을 취소했다”며 “조문 취소를 발표할 것이었으면, 윤 대통령 부부는 영국에 도대체 왜 간 것이냐. 다른 나라 정상들은 가능한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만 불가능한 것이냐”고 했다.

김 수석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국내 정치를 위한 이런 슬픔이 활용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행사를 진행하는 우방국에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영국 왕실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차량을 제공했고, 경호 인력도 추가 배정했다”며 홀대 논란도 일축했다.

런던 |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