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리위원·비대위원장이 '짜고치는 징계', 누가 수용하겠나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두고 당 윤리위 부위원장인 유상범 의원과 상의한 문자메시지가 19일 포착됐다. 의원총회 참석 중 사진기자 카메라에 찍힌 휴대전화 화면에서 정 비대위원장은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는 문자를 보냈고, 유 의원은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했다. 당 윤리위는 전날 긴급 회의를 열어 이 전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당 기구를 비난했다고 추가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윤리위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정적으로 의심받을 일이 일어났다.
파장이 일자 정 위원장은 “(메시지는) 8월13일에 보낸 것이고, (그때는) 평의원이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대선 당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고 기자회견한 날 보낸 문자라는 것이다. 유 의원도 “(제명 얘기는)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설사 한 달 전 일이더라도 ‘윤핵관 맏형’이 압박하고, 윤리위 핵심 인사가 제명을 예단한 대화는 부적절하다. 정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위 일에) 누구도 관여·개입하거나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도 윤리위와 소통한 것이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래놓고 유 의원과 “점심하자”고 문자하다 과거 메시지까지 공개된 것이니, 스스로 윤리위 관여·외압 의혹을 키운 격이 됐다. 이날 유 의원의 윤리위원 사퇴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한 경찰이 조만간 사건을 송치하면 그에 대한 추가 징계 논의는 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 처분이나 오는 28일로 잡힌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도 있기 전에 추가 징계부터 서두르는 모양새가 됐다. 이 전 대표의 당원자격을 없애 비대위 설치까지 무효로 본 법원 판결에 영향을 주려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 대통령과 윤핵관을 ‘양두구육’과 ‘신군부’로 비난한 걸 징계하려는 것도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옭아맨다는 논란을 일으킨다.
당 윤리위의 추가 징계는 제명이나 탈당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자 파동은 윤핵관과 윤리위가 답을 정해놓고 ‘짜고 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전 대표가 추가 소송을 예고해 집권당 내홍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적 냉소가 커지는 걸 직시하고, 이 전 대표 징계와 비대위 문제를 정도와 순리로 풀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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