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은 반응도 않는데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윤석열 외교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일본과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측은 ‘합의한 바 없다’고 즉시 반박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닷새가 넘도록 양측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상회담에 목을 매는 듯한 모습인데, 왜 이리 서두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20~21일 유엔 총회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분간 얼굴을 마주보고 진행하는 양자회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런데 정상회담은 양국이 날짜와 장소, 의제를 완전히 합의하기 전까지는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이 발표는 이상해 보였다. 과연, 일본의 말은 달랐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지난 15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뉴욕 방문 구체 일정은 현시점에서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과 합의한 사실이 없다”거나 “왜 그런 발표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일본 관리들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지금껏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19일 기시다 총리는 태풍 난마돌 상황 대처를 위해 예정보다 하루 늦은 20일 출국한다고 밝혔다. 한·일이 뉴욕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잡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정상회담 혼선이 빚어진 경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더 매달리는 쪽이 한국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도 양국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은 한·미·일 3자 협력 강화에 맞춰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한국 측을 압박하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에 치이는 동시에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 한·일관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이유이다. 외교부가 일제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사법부에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자산 현금화 조치 유예를 요청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런데 일본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배상 자금 마련 문제 등에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상대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저자세로 정상회담 개최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차에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사원 조문을 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의전조차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외교 전반을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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