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배추값 폭등

안호기 논설위원 2022. 9. 1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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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값 폭등으로 시중 김치 가격도 뛰는 가운데 19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시민이 김치를 식판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배추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채소다. 김치로 먹는 방법이 대표적인데, 포기김치와 막김치, 백김치, 겉절이 등 다양하다. 보쌈처럼 고기를 올려 쌈을 싸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어 은은한 단맛을 즐길 수도 있다. 찜요리로도 활용되고, 통째 전으로 부쳐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프랑스어 ‘천 겹의 나뭇잎(밀푀유·Mille-Feuille)’과 일본어 ‘냄비(나베)’를 합해 이름이 붙여진 요리 ‘밀푀유나베’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고려 때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한자 표기인 백채(白菜)가 우리말 배추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배추 재배면적은 133.5㎢, 생산량은 114만7465t이었다. 수출입분을 제외한다면 국민 한 사람당 2㎏짜리 배추 11포기가량을 소비한 셈이다. 국내 배추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해마다 들쑥날쑥이다. 재배기간이 석 달가량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손쉽게 경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지난해까지 배추 생산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93년이었다. 재배면적은 546.9㎢로 지난해의 4배였고,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많은 373만t이었다. 소비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공급과 가격은 변화가 심한 품목이다.

배추값이 폭등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물가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15일 기준 배추 2.5㎏ 상품 한 통은 7480원으로 일주일 새 50% 뛰었다. 3개월 전에 비해선 두 배 넘게 올랐다. 수확철 잦은 비와 태풍으로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포장김치 제조사들은 평균 10%가량 가격을 올렸다. 그런데도 배추가 부족해 김치를 공급하지 못한다. 대형마트에선 포장김치 품절사태가 잇따른다.

경향신문 1953년 10월25일자는 배추값이 폭등해 ‘세궁민(서민)들은 이 포기 저 포기 만지작거리다가 한숨만 지으며 발길을 돌린다’고 썼다. 대책에 대해서는 ‘당국자는 수십만관의 김장감을 반입할 자신이 있으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장담을 한다’고 전했다. 요즘 형편이 어려운 주부들은 비싼 김치 대신 절임류를 밥상에 올린다고 한다. 경제부총리는 배추값 안정을 위해 배추 수입을 앞당긴다는 대책을 내놨다. 불안정한 배추 수급 상황이나 대책 모두 7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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