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혁신대학 '미네르바'의 비결은?

황대훈 기자 2022. 9. 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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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손꼽히는 미네르바 대학의 창립자 벤 넬슨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EBS 뉴스는 벤 넬슨 대표를 만나 혁신의 비결과 고등교육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VCR]


2022 세계혁신대학랭킹 (WURI) '1위' 

미네르바 대학


아이비리그 넘는 지원 열기

평균 입학경쟁률 '100 대 1'


'캠퍼스 없는 대학'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4년간 7개국 돌며 '살아있는 교육'

"우리는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미네르바 대학 창립자 벤 넬슨

"기존의 대학은 실패했다"

"'뇌 수술'에 버금가는 생각 혁신 가르칠 것"


[리포트]


황대훈 기자

"넬슨 대표님 첫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미네르바 대학이 학생들에게 뇌수술까지 시켜준다는 말을 하실 정도로 특별한 교육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교육입니까?"


인터뷰: 벤 넬슨 / 미네르바 대학 창립자 

"미네르바 대학의 접근법은 기존의 대학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학생 본인의 미래를 넘어서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인 지혜를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말하는 '뇌수술'은 학생들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방식을 도구 삼아 세상에 진출하고, 학습하는 방법 자체를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죠. 생각의 체계를 새롭게 바꿔야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 강연에서 넬슨 대표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의미가 있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 주에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한 번이라도 도움이 됐던 분 계십니까? 한 명이요? 더 없나요? 손 들어보시겠어요? 한 명뿐이군요."


기존 대학들이 전공의 벽에 가로막혀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뭔가를 배웠다면 한 상황에서 배운 것을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 대학에서는 물리학, 역사학, 심리학을 따로 가르치죠. 물리학을 열심히 파고든다 해도 그 지식을 다른 데 적용할 줄 모릅니다. 우리는 한 분야에서 습득한 지식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학생이 직관력을 길러서 어떤 상황에서든 본인이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기존 대학은 혁신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넬슨 대표. 


학령인구가 감소해 수백 개의 대학이 없어질 미래에, 혁신에 게으른 대학부터 문을 닫게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벤 넬슨 / 미네르바 대학 창립자 

"첫 번째 혁신 방법은 학생의 숫자가 줄었으니 대학이 학비를 낮추는 겁니다. 더 값싸고 쉬운 저품질의 교육을 빠르게 제공하는 거죠. 그러면 혁신을 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버티기가 어렵겠죠. 이러면 낮아진 학비만큼 낮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밖에 없겠지만 최소한 싸다는 건 장점이 될 겁니다. 또 다른 혁신 방법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겁니다. 이렇게 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대학이야말로 앞으로도 폐쇄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의 비결은 기존 대학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겁니다. 


교수의 특권인 종신재직권을 없앤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종신교수는) 큰 실패작이에요. 큰 실패작입니다. 대학들이 잘못 다루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7년만 다니면 평생이 보장돼서 출근도 하지 않고, 일을 못해도 돈을 받을 수 있는 회사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7년을 버티기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급자들이 시키는 온갖 정신 나간 일을 해야 합니다. 반면에 제대로 출근해야 하고, 성과에 따라 승진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일자리가 주어지는 회사를 생각해 보세요. 어떤 회사를 선택하겠습니까?"


디지털 기술도 또 다른 혁신 사례입니다. 


미네르바 대학은 팬데믹 이전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벤 넬슨 / 미네르바 대학 창립자 

"교수가 학생들 모두를 수업에 참여시키는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질문은 적게 하지는 않는지 조사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수에게 피드백을 주고요. 우리가 개발한 디지털 학습 도구를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교수들이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과 똑같은 수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코로나 기간 많은 대학들이 겪은 시행착오입니다. 


"기술 없이 가능한 교육을 기술을 써서 똑같이 하면 끔찍한 일이 발생합니다. 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교육에 기술을 적용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죠."


미네르바 재학생들이 경험하는 세계 7개 도시 가운데 하나는 서울입니다. 


미네르바의 교육과정을 받아들이는 학교들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혁신 대학은 한국 사회를 교재로 삼고 있는데, 정작 우리 대학들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되묻게 됩니다.


인터뷰: 벤 넬슨 / 미네르바 대학 창립자 

"한국은 크기에 비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큰 국가입니다. 특히 세계정치의 중심에 서는 능력에 주목합니다. 동양과 서양, 선진국과 개도국, 미국과 중국, 남한과 북한의 문제도 있죠. 학생들은 한국에서 다른 나라와 전혀 다른 활기차고 다층적인 사회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방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손꼽게 되죠."


대학들이 지금 당장 멈춰야 할 일을 한 가지만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허위 과장 광고'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대학들도 자유롭지 못한 지적입니다. 


"대학이 웹사이트에 써놓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가르칩니다' 모든 대학들이 써놓는 말이죠.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대학은 폐쇄해야 합니다. 저는 중앙권력의 통제를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규제는 필요합니다. 대학이 스스로 약속한 교육은 반드시 제공하라는 것입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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